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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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土_getto 2016. 1. 20. 22:52

오늘 날씨가 너무 춥다. 아침 채감온도가 어제 오늘 영하 20도라니...

서울대병원에 갔다가 옛 대한의원 건물에 있는 의학박물관을 둘러봤다.

마침 작년 4월 9일부터 열리고 있는 '꿈, 일상, 추억'이란 제목의 '서울대학교 병원 13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는 작년 2015년이 근대 의학의 출발점으로 제중원(1885) 설립 130주년의 해를 기념한 전시다. 기획 의도를 보니 "서울대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제중원에 이어 대한제국 시기 설립한 '의학교와 부속병원'((1899/1902), 광제원(1899), 대한국적십자병원(1905)을 통합해 통감부 시절 설립한 '대한의원'((1907)을 품은 역사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되어 있다. 세월을 거치는 동안 병원의 다양한 모습과 내부 활동이 담긴 역사자료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서울대학교병원의 공간적 변화와 근현대 의학의 역사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전시를 보면서 찝찝한 것이 있다.  

세상이 다 알고 있듯이 서울대학교는 해방 후 1946년에 개교했다. 서울대는 1923년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경성제국대학과 선을 긋고 있고 공식적으로 경성제대를 학교의 전신으로 기념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서울대병원이 대한의원에서 경성제대 의학부로 이어지는 역사를 품으면서 13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지 의아해진다. 더구나 제중원은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였던 알렌이 설립해 지금도 세브란스 병원이 건물에 '제중원'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다. 1885년에 설립된 제중원은 1904년에 세브란스병원으로 개원했고, 1905년에 대한제국정부가 환수했다. 이 후자의 연혁을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계승한다고 보는 것이다.


대한의원은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통감이 되어 설립한 것으로, 1910년 강제병합 후에 '조선총독부의원'으로 개칭되었다. 그리고 1928년 경성제대 의학부가 설치되면서 그 '부속병원'으로 개관해 1945년까지 유지되었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이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통감부의 대한의원에서부터 총독부가 설립한 '조선총독부의원과 경성제대 의학부'의 역사를 잇는 것은 서울대학교의 개교 역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오랜 역사를 갖고 싶은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람이다. 'Since 1885'...매력적이고 갖고 싶은 역사다. 그러나 역사를 작위적으로 떼어 붙일 수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오히려 이런 역사가 현재 전국대학병원 중 공공성 투명도에서 1위의 명성을 얻고 있는 서울대병원에 앞으로 부담스러운 역사로 남을까 염려된다. 나는 이 문제가 그동안 서울대학교가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본다. 기억하고 치유해야할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겉보기에 긴 역사만 챙기려다가 기념하지 말아야할 것을 기념해버린..;욕심의 소산이라고 할까.


역사를 늘리는 일 전에 먼저 해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해방 후 경성제대를 계승해 서울대학교와 한국사회에 왜곡된 학문과 식민주의를 이식한 과오와 책임을 통렬하게 자기 반성하는 일이다. 서울대학교가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는 말할 나위 없이 크지만 몰역사적 기득권 형성의 후진을 양성한 업이 사회를 병들게 한 부분 역시 크기때문이다. 이 병은 누가 치료하는가..




김민수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