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土_getto 2016. 5. 21. 21:45

0520. 금.


스승의 날을 축하해준다고 제자들이 자리를 마련했다.

평소에 잘하면 되지 굳이 날을 잡을 필요가 있냐고 했더니 자칭 '귀염둥이 수지'가 말했다. "그래도 하루 날을 잡아야 마음을 전할 기회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상의해 날을 잡으라고 했다. 형태가 있어야 내용이 담긴다는 말이니..


내용과 형태는 디자인의 미학적 주제이자 끊임없는 존재론적 화두이기도 하다. 내용은 없는데 형태만 존재하는 디자인과 삶을 허식이라 한다. 반면 형태가 없는데 내용만 있는 디자인과 삶은 유령처럼 감지하기 어려워 흔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실은 그동안 형태에 지겨워진 사람들은 앞으로 이런 디자인과 삶을 추구하려는 조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해도 이 또한 때가 되면 어떤 특정 유형으로 인식되어 형태가 드러나기 마련이니, 어쨌거나 세상 만물은 내용과 형태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연구학기라 자주 보지 못한 전공생들, 그리고 졸업생까지 반가운 얼굴들 봐서 좋았다. 촛불과 카드에 마음 담아 줘서 고맙고... 무엇보다 갈수록 험악하고 삭막해져가는 세상에서 이제 대학에서 사제간의 도리니 책무니 이런 말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이렇게 스승이라 불러주고 생각해주는 희귀한 사람들이 이 땅에 아직 존재하고 있으니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