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0806. 토.
한국 시간 토요일 오전 8시. 브라질 리우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언제부터인가 전세계 도시에서 올림픽 유치는 천문학적인 돈먹는 하마식 전시행정의 표상이자 러시안 룰렛 게임과 같은 것으로 전락했다. 올림픽의 본래 정신은 실종되고 다만 신자유주의 도시 마케팅을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의 '삐끼'로 변질되어 버렸기때문이다. 파산 수준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면서도 불나방처럼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빚 퍼붓는 정치적 판단들, 경제성장과 고용효과 창출이니 뭐니 하며 사기치는 통계 수치들.. 이로 인한 덤탱이는 고스란히 사기에 놀아난 국민이 뒤집어 쓰게 마련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은 브라질 국민 절반이 개최를 반대하는 가운데 지카 바이러스의 감염 등 온갖 위험과 준비 부실로 시작했다. 그래서인가. 올림픽 디자인도 정신없이 난삽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브라질 특유의 '삼바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스코트 '비니시우스(Vinicious)'의 컨셉과 디자인은 브라질의 유명 보사노바 작곡자 겸 가수인 비니시우스를 브라질의 다양한 동물(고양이+원숭이+?)의 형태와 특성과 결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이해할 세계인은 별로 없을 듯. 정치도 경제도 엉망이다 보니 사람과 동물 캐릭터를 이것 저것 혼합한 첨단 유전공학이라도 내세운 것인지도. 이런 마스코트 내걸고 정작 브라질 국민들은 올림픽에 냉소적인데 남의 나라 불구경하듯 축제 벌이고 있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리우 올림픽 마스코트는 이 모든 역설을 뒤죽박죽 종합하고 있는 듯 하다.
예산부족으로 허접하게 치뤄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개막식 공연은 오히려 마스코트 디자인 보다는 차라리 내용이 있었다. 원시 자연의 땅에서부터 19세기 포르투칼인과 유럽인들이 도래해 일궈낸 브라질의 역사적 서사가 펼쳐졌다. 개막식 말미에 지나친 도시화와 개발주의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짚어낸 것은 현실을 은폐하고 '행복만 가득한' 범지구인 축제를 표방해온 역대 올림픽 개막식과는 좀 다른 시도였다.
비록 첨단 기술을 사용한 연출은 아니었지만 재래식 비디오 프로젝션과 순전히 집체적 몸으로 때우는 아날로그식 구성으로 마라카낭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드러냈다. 무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축구경기장이다 보니 주제를 스펙타클하게 구성할 수 있었지만, 진행 속도와 구성력의 밀도감이 떨어져 다소 지루하게 늘어진 감이 있었다.
일부 주제 '건설(Construction)'은 브라질의 도시화 과정을 보여준 대목으로 저예산으로도 의미있는 공연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색채 코디네이션은 브라질적 특성이 나름 반영되었지만, 각 주제 구성력과 진행이 평이하고 지루했다.
허나 정치와 경제가 파탄난 나라에서 그 정도면 애쓴거려니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