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디자인과 범죄

開土_getto 2016. 10. 31. 00:08

1030. 일.


오후 1시. 타이페이에서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며 오늘자 신문을 집어들었다.


"현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이 광고계 선배인 송성각을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에 앉히려다 여의치 않자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앉혔다." 그리고 "송씨를 앉히려다 무산된 문체부 장관자리에는 홍익대 영상대학원 사제지간이라는 김종덕 전홍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자리에 앉혔다"는... 기사는 일개 CF 감독이 장차관 자리를 자기 사업의 사은품으로 활용했다고 전한다.


최순실 막장 게이트에서 점입가경은 그와 함께 디자인하는 자들이 실세질하며 대놓고 통째로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창조경제의 핵심 원리인 '문화+창조+융합'에 걸맞게 각종 문화산업의 이권에 개입해 깨알같이 해먹어 '범죄'의 또 다른 말이 '창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모든 범죄는 속성상 평범과 상식을 뒤엎는 일이라 창조적일지도...


언론에 따르면, 차은택은 김종덕 전문체부 장관을 취임시켜 정부 상징 통합프로젝트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국가 브랜드 제정 작업에 관여했고. 정부 상징체계 개발추진단의 공동단장과 국가브랜드 개발추진단장에도 역시 차은택이 심은 장동련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위촉되어 진행되었다

(연합뉴스 참조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0/31/0200000000AKR20161031052000005.HTML?input=1195m).


이를 보면서 독일 나치정권 시절, 히틀러 곁에 있던 선전장관 괴벨스와 군수장관 슈페어가 생각난다. 괴벨스는 나치 문장인 하켄크로이츠를 디자인하고, 라디오를 보급해 나치 정책을 선전했다. 그는 수많은 상징 디자인, 영화, 미디어를 활용해 국민의 뼈속까지 파고 들어가는 길을 꿰뚫고 있던 대중정치의 귀재였다. 슈페어는 건축을 공부한 계획의 달인으로 히틀러의 총애를 받아 제3제국의 광기도시 '게르마니아'를 설계했다.


이렇듯 디자인과 건축은 태생적으로 머리 굴려 계획하는 일인지라 마음 먹기에 따라 범죄에도 능할 수 있다. 오늘, 한국에는 초유의 국정 농단과 부패로 계획된 '새마을 게르마니아'가 건설되고 있다. 


디자인이 권력과 부패의 앞잡이가 되어버린 나라 꼴이 참으로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