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土_getto 2016. 12. 4. 18:36

12.04.일.

 

과거에 했던 말이 마치 예언처럼 맞아떨어져 당혹스럽다.

예전에 <한국도시디자인탐사, 2009>를 집필하면서 나는 부산에 감도는 개발주의 열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 적이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부산에서 바다가 보이는 경관 조망권은 일부 부유층만이 독식하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의 부동산 개발을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부산은 욕망의 바다를 떠다니는 부산(浮山)과 이로써 자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부산(否山)을 향해가는 것은 아닌가. 오늘날 부산 시민들의 일상 삶과 부산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각종 개발계획,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 보인다....(121쪽)

 

당시 나는 옛부산포에 기원점을 둔 역사도시, '가마솥 부산'(釜山)이 신자유주의 도시개발의 돈맛에 미쳐 떠다니는 '浮山'이 되어 결국 자기를 부정하는 '否山'이 될거라 예견한바 있다. 그것은 초고층 랜드마크와 최고가 주상복합 건설에 혈안이 되어 수직도시화되고 있던 센텀시티와 마린시티에 이어 엘시티(LCT) 개발로 향해간 길목에서 느낀 예감이었다. 예컨대 마린시티의 황금빛 '우신골든스위트' 앞에 서면  금궤를 쌓아 놓은 듯한 건축이 경관을 압도한다. 저녁 노을에 이 황금빛 금궤덩어리와 마주하노라면 세상에서 이렇듯 부를 천박하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물도 흔치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서 엘시티 개발을 위한 '우주적 기운'은 이렇게 조성되고 있었다.  

 

어제(12.3) 엘시티 건설 비리의혹을 통해 1천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거된 이영복 회장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새로운 핵폭탄급 커넥션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되었다. 방송을 보면서 왜 국정농단의 피의자 신분인 대통령이 검찰에 '엘시티 비리 수사를 강력 지시'했으며, 부산의 도시디자인뿐만 아니라 내가 그동안 이상하다고 생각한 '평창동계올림픽 로고'(http://blog.daum.net/gettok/43)가 왜 그따위로 디자인되었는지까지 이제야 비로소 숨은 그림의 짝이 맞춰진다. 검찰 수사에서 얼마나 밝혀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엘시티 비리 커넥션이 탄핵정국의 또다른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서 답사하고 학술대회나 세미나 토론장에서 만났던 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들 중에 검은 돈벼락에 춤춰 널뛰는 '浮山'의 도시디자인 개발논리를 만들어주고, 각종 위원회에서 인허가 규제 푸는 거수기 역할로 분주했을 교수 또는 용역 분들...부디 평안하시고 극락왕생하시길. 

 

 

<엘시티 조감도 / 그림출전: 프레시안>

 

 

            ⓒ 김민수

           <신축 중인 엘시티 일대 해운대와 달맞이고개>

 

<해운대 동백섬과 마린시티 일대>

 

<마린시티의 서막>

 

 

마린시티의 금궤덩어리 건물. 이렇듯 부를 노골적으로 가시화한 건축은 세상에 흔치 않을 것이다.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