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SK5

開土_getto 2017. 3. 22. 23:26

03.22.수

 

수업 때 학생들에게 실물로 설명하는 소장품. 브라운 사의 SK5(1958).

 

오래전 해외 경매에서 구한 이 오디오는 독일 디자인의 전설 디이터 람스(Dieter Rams)가 디자인한 것으로 일명 '백설공주 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56년에 출시된 SK4의 후속 모델. SK5는 SK4와 디자인이 똑같지만 SK4의 모노 사운드와 달리 스테레오 스피커 단자가 추가되었다. 여기에 모델 'L1' 스피커를 연결하면 훌륭한 스테레오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SK5-L1'의 조합은 음질이 예민하진 않지만 진공판 앰프에서 구워져 나오는 두툼하고 호방한 음장감이 아주 근사하다. 듣다보면 가끔 오늘날 최고의 라디오로 각광받는 작은 거물 '티볼리 모델2'의 원형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SK4와 SK5의 디자인은 디이터 람스의 디자인철학이 용해된 결정체다. 'Less and More'로 대변되는 람스의 절제미가 조작 버튼의 배열, 선국 판넬, 스피커, '관 뚜껑'의 힌지 등을 통합시킨 형태와 구조에서 잘 드러난다. 손으로 들었을 때 실제 무게는 꽤 나가지만 산뜻한 경량감을 자아내는 존재감이 실내 공간에 스며들어 어우러진다. 오디오가 그것이 놓여지는 건축 공간과 함께 고민되었기때문.

 

 

하지만 진짜 백미는 따로 있다. 턴테이블을 켜고 끄는 조작방식이다. SK4/5는 특이하게도 턴테이블을 구동시키는 스위치가 따로 없다. 이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Phono'모드로 전환하는 버튼은 있지만 어디에도 턴테이블 'on/off' 스위치가 없다. 작동 과정 속에 숨겨져 있다. 이 비밀을 알고 나면 즐거운 조작의 체험이 시작된다. '톤암'을 들어 오른쪽으로 밀면 '딸각'하고 스위치가 켜진다. 반대로 톤암을 왼쪽으로 당기면 OFF. 이런 식의 조작방식은 당대는 물론 이후 오디오의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예일 것이다.

 

 

람스는 턴테이블 구동 스위치를 생략하고 LP판에 톤암을 올리는 과정에서 작동이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동작을 한 단계 최소화한 셈이다. 이는 그가 디자인에서 시각적 형태를 넘어서 작동의 심리적 매카니즘까지 파고들었음을 방증한다.  

 

 

오래된 SK5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한번 듣고나면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곤 한다. 60년된 현대디자인의 원형이 들려주는 여전히 '살아 있는' 디자인과 사운드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디이터 람스의 디자인철학과 교감하는 순간. 

백문이 불여일견. 

 

 

 

ⓒ 김민수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