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05.26.금.
최근 개장한 '서울로 7017'를 둘러봤다. 날씨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말많은 공중보행로를 선입견없이 투명하게 보라는 듯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과 공기가 깨끗했다.
과거 1970년대 도시산업화의 상징인 고가도로가 도시재생 차원에서 꽃과 나무가 심어진 산책 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은 급조된 속도전의 시대를 멈추고, 이제 성찰적 삶이 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남대문시장 쪽에서 청파동과 만리동으로 이어지는 램프 끝단까지 갔다가 돌아오면서 둘러봤다. 구간 도중에 호텔마누와 대우빌딩의 '서울로 테라스'를 브릿지로 연결하는 등 여러 지점을 연결해 접근성을 둔 것은 좋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는 공중보행로에 대한 해석이 옛고가도로만 강조해 평이하고 깊이감을 결여한 듯. 서울시의 설명문에는 서울의 역사문화를 담았다고 하는데 설계자의 해석적 깊이가 의심스럽다. 옛고가도로와 주변부 시간의 켜에 대한 신경외과적 섬세한 시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역사문화적 깊이 보다는 시각적 수법만 눈에 들어온다. 플랜트 박스와 매점 등 각종 시설물들이 너무 많아 조잡해 보인다.
둘째는 플랜트 박스와 벤치 등의 구조와 형태가 너무 원형 요소로 획일화되었다. 보행자 흐름을 고려해 직선적 요소를 주로 사용하고, 중간에 원형 요소를 보조적으로 사용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디자인 요소들이 원형으로 획일화되어 보행자가 많을 경우 흐름에 병목 현상을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위생 관리가 의심스러운 원형 족욕탕과 애들이 팡팡 뛸 수 있는 원형 '방방 놀이터' 등 각종 시설물로 가득차 흡사 유원지를 방불케하는 구간도 있다.
셋째는 콘크리이트 보행로의 성격 상 꽃과 나무 등 식재 관리가 문제일 듯.. 일부 플랜트 박스는 이미 말라죽어가는 식물들이 곳곳에 보인다. 바닥에 수도관을 매설해 자동으로 물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말라 죽어가는 플랜트 박스들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서울로'의 가장 큰 아쉬움은 두 곳의 주요 접점을 연결하지 못한 사실이다. 하나는 남산으로 올라가는 한양도성의 성곽길과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옛 조선시대 한양도성을 해체하고 단절시킨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고착화시킨 셈이 되었다. 또 하나는 왈우 강우규 의사상이 있는 서울역 북쪽 광장과 뒷편의 서부역과의 접점이 없다는 점이다.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남대문 시장 인근에 있는 고가도로는 바로 한양성곽이 지나간 구간인 것이다. 왜 서울로에서 이 고가도로와의 역사적 신경망을 잇는 신경외과적 시술이 없었는지 의아할 뿐이다. 만일 모색했다면 '서울로'는 지금과 달리 시공간적으로 더욱 '입체적 깊이감'을 더했을 것이다. 만일 서울로가 서울역 북쪽의 왈우 강우규 의사상과 접점을 찾았다면 서울역의 역사적 치유가 가능했을 것이다.
서울의 진짜 중요한 역사문화의 켜와 상징성을 담아내지 않고 뉴욕의 하이라인(Highl Line) 폐선부지 공원을 벤치마킹했다고 서울 시장이 기뻐하기엔 씁쓸함의 정도가 좀 크다.
이러한 고민을 단 한 줌도 하지 않은 네덜란드 MVRDV 비니 마스의 디자인을 어느 누가 왜 선정했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사진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