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장소
보안
開土_getto
2017. 7. 15. 11:12
07.14. 금.
과거와 현재의 접경지 서촌 통의동.
이곳의 정취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가 제맛이다. 윤곽이 채 사라지지 않은 것들의 존재감이 더 잘 드러나는...
불금 저녁, 경복궁 담장 너머 경회루를 마주한 '보안여관'에서 지인들과 모였다. 밤이면 지하에 책방이 술집으로 변하는 곳.
보안여관은 1936년 시동인지 <시인부락>이 시작된 근대문학의 발상지로 2007년부터 문화생산 플랫폼으로 출발하며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1년에는 제1회 '일맥아트프라이즈상' 심사위원으로 나를 위촉한 인연도 있다.
얼마전에 보안여관이 확장했다. 옆에 신관을 지어 구관과 연결해 '보고, 생각하고, 머물고, 먹고, 읽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마침 구관과 신관의 전시실에서 '한권책방' 연계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제는 한권의 책과 전시로 사진가와 소설가가 협업한 사진소설. 특히 구관쪽 전시는 오래된 공간의 장소성과 함께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관 지하2층의 '술파는 책방'은 바닥이 유리라서 푸른 조명 위로 떠 있는 느낌. 터파기 공사 때 나온 집터를 그대로 보존해 그 위에 아이빔과 유리로 바닥을 깔고 건물을 올렸다.
자정넘어 문닫기까지 25도짜리 술을 안주삼아 36.5도의 대화가 이어졌다.
흥건히 마시고 나오면서 영추문과 독대한 밤.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