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07.20.금.
무더위가 점입가경.
연일 폭염에 더해 어린이집 사건 사고까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11개월 남자 아이를 잠재운다고 보육교사가 깔고 눌러 질식사시키고,
전날에는 4살짜리 여자 아이를 9인승 통학차량에 두고 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했다.
언론에선 어린이집의 관리 부주의라고 한 마디씩 하고 있다.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은 '책임 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각 개인에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맡은 일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어제 나온 법원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년 전 세월호 참사에 대해 법원이 마침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손해 배상을 선고했다.
한국사회에서 무책임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라를 팔아 먹고도 잘먹고 잘 살아 온 후예들이
권력과 돈만 탐하는 술수와 재주만 가르치고 배우고,
사회 곳곳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시늉만 하는 자들의 나라를 만들었다.
그래서 몸바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탄생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상벌이 확실해야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다.
그러나 한국은 역사적으로 공과에 대한 상벌이 어긋나 있기에 열정적으로 정성을 다해 '제대로' 일하면 자기만 손해고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되었다. 해서 소명감, 헌신, 열정, 자긍심, 전문성 등과 같은 직업 윤리와 가치를 모두 엿바꿔 먹고 시늉만 하고 산다. 이런 이유로 갈 수록 자신이 하는 일을 책임지고 '천직'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듯 하다.
1998년에 원로교수 친일행적 등을 거론한 괘씸죄로 부당 해직되었을 때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열정이 있으면 수난을 당합니다"
(사진 출처: blog.naver.com/boonsuck/2203298843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