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02.06. 수.
설연휴 마지막날.
창신동 쪽에서 광장시장을 거쳐 익선동 산책.
동묘 인근 벼룩시장은 황학동을 죽인 청계천 복원 이후 점점 더 가두리 양식장처럼 되어 가고 있다.
수집가들을 사로잡던 옛 벼룩시장의 질퍽한 면모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구제 또는 땡처리 의류가 더 눈에 띄어 안스럽고 쓸쓸하다.
그래도 아직 찾는 이들이 있어 연명 중...
벼룩시장 건너 서쪽 완구골목에 들어서자 아이들 손잡고 온 가족들로 북적인다. 과연 이 골목이 장난감 덕후들의 천국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문화적으로 장난감의 폭과 깊이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오늘날 장난감의 개념은 변하고 있다. 덕후의 세계에서 장난감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급피곤해져 오랜만에 추억의 '달고나 뽑기' 하나 사먹고. 1천원.
광장시장에 들어서자 명절로 대부분 상점들은 문닫고 쉬지만 먹자통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이에 비집고 앉아 빈대떡과 완자 한장씩 주문. 8천원.
옛 국일관 건너편 낙원악기상가 옆 골목길로 익선동에 들어섰다.
골목마다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옛날 이 근처에는 일명 '방석집'이라 부른 요정들이 많았다.
옛 한옥 벽을 허물고 통유리로 교체하고 매장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골목풍경이 환해졌다.
한옥을 개조한 에일당에서 수제맥주를 마셨다. 샘플러 4잔에 1만9천원.
지난 이십여년간 실핏줄 골목까지 획일화시킨 인사동의 식상함이 낙원상가 너머 익선동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익선동이 웃을 일만도 아니다.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떠도는 대중이라는 무리는 지역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그들은 한동안 밀물처럼 몰려들던 삼청동과 경리단길에서 치솟은 임대료에 점포들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트랜드에 목숨거는 사회, 변덕의 부르스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