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판
02.21.목.
어제 총장을 만났다.
약속한 4:30에 맞춰 민교협 의장단 3인이 신임총장을 만나러 대학본부로 향했다.
60동 행정동의 모습은 언제나 변함없이 권위적이다. 건축의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듯 그동안 이 건물에 서식한 막되먹은 권위 의식과 행정이 대학을 법인화의 나락으로 밀어넣고 시행캠퍼스의 갈등을 초래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약속 시간보다 약간 지체되어 총장실에 들어갔다.
서울대의 여러 현안들 중에 총장과 담판을 지어야할 사안은 시흥캠퍼스 점거농성 관련 학생 징계소송 취하건.
원인제공을 대학이 했으니 결자해지 차원에서 신임 총장이 항소 취하하고 재징계없이 학생들과 대화로 풀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총장은 "항소를 철회하고 징계도 요구하지 않겠다. 다만 학생들의 폭력적 행동에 대해 문제는 지적하겠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말했다.
이에 "문제를 지적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이고 어떠한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계속 따지고 들면서 폭력적 행동의 원인제공은 학교가 한 것이며, 학생들에게 이를 또 다시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는 것과 같아 더 큰 감정싸움이 될 수 있으니 일단 소를 취하하고 징계하지 말고 대화로 풀자고 설득했다.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마치 양심수에게 '전향각서'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 부분에서 설득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결국 오 총장이 의견을 수용해 다음과 같은 최종 결론에 합의했다.
1) 본부는 항소를 취하한다. 2) 학생들을 징계하지 않는다. 3)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학교는 교수와 학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은 문제를 비폭력적으로 대화의 방식으로 풀기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워딩을 내기로 결론을 냈다.
오늘 목요일 오후. 마침내 본부 학사위원회에서 학생 징계소송을 취하 하기로 결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흘러 나왔다.
<학생 징계 관련 소송에 대한 서울대학교 설명자료>
2019. 2. 21.(목)
서울대학교는 지난 2016년 행정관을 점거하는 등 대학의 정상적인 행정기능을 방해한 학생들(12명)에 대해 진행 중인 징계무효확인소송 항소심을 취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대학은 해당 학생들의 행동이 교육적 측면에서 부적절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신임 총장의 취임과 함께 학내 구성원간 화합과 공동체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앞으로 잘 화합된 분위기 속에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골리앗과 다윗 부당해직 기간 중 대학본부에 맞선 나의 복직투쟁 천막, 2004. 4층 총장실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 가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과거에 내가 미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거론한 괘씸죄 지옥에서 온전히 살아나와 원직복직했듯이, 아귀다툼의 수렁에 빠진 12명의 학생들을 구해내겠다고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