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아르누보

開土_getto 2020. 10. 9. 23:03

10.09.금.

 

'아르누보'가 한글날을 불태웠다. 울산의 33층 주상복합 '아르누보' 아파트.

 

화재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진 원인은 외장재 알루미늄 복합패널. 본드로 붙힌 패널 내부의 스티로폼이 화재 촉진제 역할을 했다. 또한 70m짜리 고가사다리 소방차 한 대 없는 울산에 33층 건물을 지어 놓은 것도 원인이다. 설사 70m 고가사다리차가 있어도 23층까지 밖에 구조 못한다..

 

산업혁명 이후 몽환적 내면세계와 굽이치는 욕망의 형태로  '새로운 예술'(Art Nouveau)을 꿈꿨던 19세기말 아르누보. 어쩌다 이것이 한국의 아파트 이름으로 둔갑해 밤새 한글날을 불태운 화재 장면을 보면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아르누보 화가 클림트의 그림이 생각났다.  

 

'한강과.태화강의 기적'과 발전을 자랑만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부터 스트로폼 접착제로 급조해 쌓아올린 사회문화 곳곳의 '사상누각들'을 걷어내고 근본부터 다져나가야 한다. 

 

대형건물 화재사고 때마다 매번 지적된 복합패널이 아직도 건물 외장재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홑껍데기 문화를 말해주는 것은 아닌지 성찰도 좀 하고,

 

초고층 랜드마크 도시 건설에 목을 맨 부산 해운대 같은 도시들도 정신차리고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영상: YTN 뉴스>

구스타프 클림트, Pallas Athena, 1898, 비엔나 도시역사 뮤지엄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