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X
12.11.금.
죽음을 부른 테슬라 X.
어제 대리 운전기사가 몰고 지하 주차장에 진입하던 테슬라X가 주차장 벽을 들이박고 조수석의 차주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 과실 여부는 조사 중이니 일단 접어두고, 조수석 사망원인은 충돌 후 불이 난 테슬라의 문이 잠겨 긴급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에 시간이 걸렸기때문이다. 뒤늦게 문을 열었지만 이미 늦었던 것.
공교롭게 테슬라 도어 핸들의 디자인 문제는 이번 학기 학부 수업 중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다뤘다.
그것은 미니멀적 멋부림 차원에서 '전동식 매립형'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문짝 표면과 단 차이없이 평면을 이뤄 어디를 쥐고 당겨야할지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는다. 물론 차키를 소지한 차주는 모든게 쉽다. 그냥 도어에 손을 대면 굳이 도어를 당길 필요도 없이 열 수 있다.
하지만 모델 3와 S의 경우, 매장이 아닌 일반 공도나 실제 운전 상황에서 문이 닫혀진 이 차와 처음 마주한 사람은 무엇을 쥐고 당겨야할지 난감한 것이 이 차의 매력(?)이다. 이로 인해 누군가를 조수석에 태울 때 차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차 밖에 나가 조수석 문을 열게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가장 늦게 출시된 모델X는 기존의 이 문제를 개선해 운전석에서 모니터 조작으로 문을 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사망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차량 파손으로 전원이 나가면 문은 아예 밖에서 열리지 않으며, 특히 모델 X는 문이 갈매기 날개 형태로 위로 열리기 때문에 사고 시 밖에서 강제로 뜯을 수도 없는 구조다.
따라서 이 사건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테슬라 차량은 어떤 경우에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거라 가정한 망상적 오만이고, 둘째는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졸저(21세기디자인문화탐사)에서도 밝혔지만, 어떻게 문을 열어야 하는지 기본 정보에 해당하는 제공성(affordance)이 없어 모든 것을 전동자동식에 맡겨 유사시 조작할 수 없는 무능력을 이른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디자인'이라 여기는 디자이너의 발상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런 것을 '폼나는 미니멀 디자인'이라 하고, 소비자들은 이런 눈속임을 '고급지다'고 한다. 기본이고 뭐고 모든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 조차 의미가 없겠지만 미니멀 디자인이란 한낱 '유행과 멋부림'이 아니다.
그것은 진짜 필요한 본질, 곧 '정수'를 남기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디자인에서 '생명'보다 앞서 고려해야할 것은 없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고도의 분별력이 진짜 미니멀 디자인이다.
미니멀 디자인과 스마트 라이프스타일 추구한다고 아무거나 없애버리는 장난질이 화근이다.
(아래 사진: 김민수 ⓒ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