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
04. 08. 목.
윤여정 배우가 미국배우조합상(SAG, Screen Actors Guild Awards)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영화 '미나리'가 작년의 '기생충'에 이어 아카데미상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 영화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새로 건립될 서울시네마테크 계획도 차질없이 잘 진행되길 기원한다. 서울시네마테크는 한국 영화 산업의 메카인 충무로 한복판, 중구 초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비상업영화 전용관을 포함해 지하3층 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 4,800평방미터, 총사업비 265억원을 투입해 건립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18년 2월에 국제공모를 거쳐 건축가 조민석의 디자인이 당선되었다.
지명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된 이 국제공모에서 미국의 네이더 테라니(Nader Tehrani), 일본의 구마 겐고(Kengo Kuma)를 비롯해 한국인 건축가 3인(김찬중, 김승회, 조민석)의 총 5점에 대해 심사가 이루어졌다. 5인 심사위원 중 한명으로 나는 이 심사의 초점을 21세기 한국 영상문화의 센터로서 시네마테크의 건축적 상징성에 두고, 기념비적 건축 보다는 한국 도시건축의 반성과 성찰에서 찾고자 했다. 이와 함께 내부 프로그램과 건축 형태 사이의 균형과 예상 공사비의 적정성 등에 초점을 두었다.
테라니의 디자인은 공사비를 예측하기 어려울만큼 '모뉴멘탈적'이었고, 구마 겐고의 안은 '무대 커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나 마치 도쿄 오모테산도 또는 청담동 명품거리에나 어울릴 것 같았다. 이 무대 커튼의 은유는 가부키 무대처럼 조용하고 은밀해서 한국 영화의 역동성을 담기에는 힘이 없어 보였다. 한국 건축가들의 경우, 어떤 것은 너무 복잡해서 파열적이었고, 어떤 것은 건물의 맥락이 보이질 않았다.
조민석의 디자인에선 을지로와 명동을 연결해 한국 현대건축의 역사를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보였다. 예컨대 그것은 인근 을지로 입구에 오래전 세워진 '서산부인과 의원'(김중업, 1965)의 르 꼬르뷔제식의 단단한 볼륨감뿐만 아니라 옛 명동 성모병원(현 카톨릭회관/ 김정수, 1958)의 알루미늄 커튼의 경량감과는 구조와 기술이 다르지만 사선과 곡선으로 나눠진 파사드의 매스와 유리창의 관계로 새로운 경량감을 제시했다. 또한 건물 후면부에 필름 돌아가듯 역동적인 계단실과 사선으로 썰어진 각 층고의 중첩된 운동감은 영상 이미지를 프로젝션하기에도 적합한 파사드와 강한 대조를 이뤄 건물 전체의 프로그램적 맥락과도 잘 부합했다.
전봇대의 전기줄처럼 얽히고 설킨 충무로.
시간의 켜가 존재하는 장소들은 서울의 문화적 자산이다.
이 속에서 삶의 연속성에 대한 직시와 성찰이 빚어낸 것이 바로 질퍽한 한국 영화의 힘이다.
시네마테크 당선작은 복잡한 켜를 지닌 구도심에서 무분별한 개발과 디자인 대신에 공공건축이 담아내야할 새로움의 해석을 잘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사진: ⓒ 김민수, 2018)
(사진: ⓒ 김민수,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