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폐의 초상과 기억의 죽음
친일화가 김기창과 만원권의 세종대왕 초상화
2015년 2월 23일 국회에서 왠일로 문화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다뤄졌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친일 전력 화가들이 그린 위인 초상화를
정부가 나서서 더이상 쓰지 말게 해야 한다"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찬반 설전을 벌였다고 gks다.
예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 온 사람으로서 혹시나 기대했지만 역시나 흐지부지...
정부가 나서서 문제의 초상들에 대해 지정 해제에 나서는 것이 그토록 부담스러운 일이란 말인가?
이 한가지만으로도 한국은 아직 해방된 나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은 커녕 계속 후안무치하게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스스로 역사적 치유를
하지 않는 한국 사회 내부도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올해 2월 교육부가 일제강점기에 "죽음으로 천황의
은혜에 보답하자"며 친일행각을 일삼던 경성중동학교 교장 최규동(1882~1950)을 초중고 학생들에게
'이달(3월)의 스승'으로 교육과 홍보에 나서 비난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화폐의 초상이 바로잡히는 날이 대한민국의 정신이 바로 서는 날이라는 생각에
아래 논문을 게시한다. 과거사 문제가 단지 해묵은 역사적 사안이 아니라 절실한 삶의 문제임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수, 한국 화폐의 초상과 기억의 죽음, [한국근대미술사학] 제17집 2006, 207~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