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가결

開土_getto 2024. 12. 14. 17:21

아직 국운이 살아 있나보다.

방금 국회에서 12.3 내란 수괴에 대한 탄핵안이 마침내 가결되었다.

 

간신히 204표로 가결되고 반대표가 85표나 나온 모습을 보면서,

내란 수괴와 그 일당은 종전도 아닌 휴전 중인 나라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천 여명에 이르는 특수부대까지 동원했다. 이는  그들이 그토록 강조해 온 '안보와 국방'이 장식적 허식에 불과한 것이고

본캐는 무소불위 절대왕정의 힘과 권력이었다. 나라와 국민은 망하던 말던... 

 

부디 내란 암수수괴와 모든 가담자 및 조력자들의 전모가 그들이 씹다 남긴 한 톨의 밥알까지 철저히 밝혀져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단호히 처단해야 한다. 이로써 한국이 또 다시 민주주의가 승리한 역사를 썼다. 세계는 한국의 시민의식과 민주주의가 나라를 구했다고 말할 것이다

나락으로 치닫던 국제 신인도가 경제-외교의 완전 폭망 전에 복구를 위한 발판이 간신히 마련되어 천만다행이다.

 

무엇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가 더욱 빛나게 되었다. <소년이 온다>에서 그가 말한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의 물음에 대해 정말 "그렇다". 이번 내란 쿠데타를 국회 정문에서 장갑차를 막고 투입된 특수부대원들에 저항한 시민 의식이 질문의 답이기 때문.

과거에 있었던 똑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깨어있음이 우리 모두를 구했다. 내 경우 45년 전, 대학 1학년 때 10.26 독재자의 사살과 12.12 군부 쿠테타, 2학년 1학기 초에 계엄령과 함께 휴교령, 그리고 알게된 광주 학살의 진실들, 몰래 학내에서 본 5.18 비디오와 사진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억을 갖고 있다. 훗날 나는 <한국도시디자인탐사>(2009) 광주편을집필하면서 5.18 묘역에 처음 갔을 때, 늘어선 묘비 뒷면에 새겨진 가족과 지인들이 눈물로 쓴 글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오랜 세월의 풍상 속에서도 생생하게 남아 있기에...

 

아직 방심하기엔 이르다.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가 장난질을 치지 말아야하고, 헌재 재판관들이 제정신으로 탄핵을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몇 달간 불안정한 국면들이 남았다.

 

그러나 오늘만은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