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
0920. 일,
안개로 희뿌연 아침공기를 가르고 지인과 함께 장거리 투어에 나섰다.
목적지는 충주호. 이른 아침이라 막힐 염려는 없었지만 42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3번 국도로 갈아탔다.
9:10 응암휴게소에 도착. 커피 한잔 마시며 잠시 쉬고 다시 출발.
충주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안개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번 국도에서 나와 수주팔봉 가는 525번 길에 고즈넉한 가을 정취가.. 잠시 애마를 멈추고..
10:40 여름 휴가철이 지나 조용한 수주팔봉 앞 도착. 자연경관은 행락객이 휩쓸고 지나간 뒤 적막감이 생길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앞에 흐르는 달천이 가물어 바닥이 보인다.
11:55 점심 장소로 장회나루 구담봉식당에 도착. 음식이 깨끗하고 괜찮다. 식당 건물이 좀 독특하다. 안에 들어가니 전망대쪽 경관이 잘 보이게 원형으로 되어 있다. 허나 내부를 원형 구조로 한 것은 나름 이해하는데 외부 형태와의 연결과 인테리어가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맛있는 마늘더덕정식 식사하고 나오면서 중국집에 들어갔다 나온 묘한 느낌이..
12:45 식사후 선착장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충주호의 절경이 펼쳐져 있다. 멀리 배가 향하고 있는 정면에 구담봉이 보이고 그 뒤편에 옥순봉이 있다. 예전에 배타고 구담봉을 지나 옥순대교와 청풍대교 지나 충주호를 한바퀴 돌아온 기억이..
지난 가뭄의 여파가 여전하다. 수위가 많이 낮아져 허옇게 드러난 충주호의 속살이 안스럽다.
전망대에서 구담봉식당 쪽. 멀리 용두산 봉우리들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바로 옆의 퇴계 이황과 사랑이 애틋했다는 단양 명기 두향을 기리는 '두향의 가야금'. 두향이 묻힌 강선대가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면서 묘소를 위쪽으로 이장해 이를 스토리텔링을 하려 한 의도는 좋다. 그러나 조형물이 왜 이리 아무 감흥도 없는지... 정주고 떠난 퇴계를 그리워하다 쓸쓸히 홀로 죽은 두향을 더욱 불쌍하게 한다. 북 형태에 비스듬히 걸쳐놓은 가야금 형태가 불안정하고, 무엇보다 가야금이 뒷편 난간의 선적 요소와 갈색과 시각적으로 서로 뒤엉켜 조악해 보인다.
1:28 청풍대교 건너와서.. 오후들어 기온이 올라가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 식당에서 출발전에 냉각조끼를 입은 덕에 비교적 쾌적하게 라이딩할 수 있었다. 아직도 한낮에는 덥다. 떠나가지 못하는 여름이 아직 미련이 많은 듯...
1:40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빼어 닮아 '작은 금강산'이라 부른다는 금월봉에 도착. 주변을 잘라내고 이렇게 사진 찍으면 비록 스케일은 작아도 기암괴석의 배경이 꽤 그럴듯하다. 그런데...금월봉 바로 코앞에 휴게소와 주차장이 필요 이상의 규모로 지어져 금월봉의 스케일을 잡아먹는 하마 역할을 하고 있다. 휴게소를 무엇때문에 이토록 크게 지어놓았는지...들어가보니 1층에만 가게가 운영될 뿐 2층과 내부는 온통 텅비어 있다. 스케일을 고려해 지었더라면 금월봉과 주변 경관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을....
2:00 귀환. 돌아오는 길은 장호원/이천 구간이 막힐 것 같아 제천으로 올라가 38번 국도를 타고 여주/양평 방면을 탔다. 38번에서 앙성으로 빠져 여주가는 길에 익어가는 가을 들녁이 오후 햇살에 황금빛으로 출렁인다.
여주 세종대왕릉 영릉 앞의 잘 포장된 길을 지나 양평으로 가는 37번 국도에도 가을의 운치가 잘 묻어난다. 양평에서 6번 경강로 타고 양수대교 지나는데 어느새 오후 4시가 훌쩍 지나가고...
4:15 팔당터널 지나 마지막 휴게소, 라이더스빌 도착. 잠시 쉬었다가
6:20 집에 도착. 오늘 총 주행거리 431.2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