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장소

석조전

開土_getto 2015. 12. 5. 18:27

2015.12.05

 

오전에 대학원 수업 <문화원형디자인탐사>가 덕수궁 석조전에서 진행되어 함께 다녀왔다. 2009년 10월부터 시작한 '석조전 보수/복원 공사'가 지난 5월에 완료되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보수/복원 공사의 설계는 2008년 9월 시작해 2009년 8월에 완료했고, 설계자는 (주)종합건축사사무소다담. 보수 복원공사 시공자는 문화재청이 조달청에 의뢰해 전자입찰을 통해 결정했다. 시공자는 선혜종합건설. 수리보고서는 선혜종합건설이 (주)아름터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해 작성. 공사 중에 기술지도자문회의를 17차례 열어 고증 문제와 기술적 문제를 관계 전문가 자문을 통해 해결했다고 한다. 

 

석조전을 원형대로 보수/복원하는 일은 많은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해야하는 일이라 쉽지 않고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었을 것이다. 특히 사진이나 제한된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건축 공사 외에 몰딩, 문양, 커튼, 화장실, 욕실, 가구와 집기 등 실내디자인 관련 부분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복원공사는 개별자문을 11차례 받아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내디자인 복원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리는것은 디테일이 뭉개져 조악하게 복원된 몰딩과 문양들, 그리고 가구와 커텐 등이다. 특히 가구는 석조전 준공 당시 있었던 것이 아닌 경우, 가구를 납품했던 업체(Maples & Co.)의 당시 카달로그에 의존해 비슷한 형태의 가구를 영국 등지에서 수소문해 구입해 들여왔다고 한다. 허나 당시 황실 측에서 특별 주문했을 맥락을 간과한 부분둘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당시 영국 메이플사에 가구 주문하면서 카달로그에 있는 제품을 그냥 그대로 들여와 사용했다는 것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 

 

디자인사 가르치면서 18세기말에서 19세기초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신고전주의 양식의 가구디자인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내 눈에는 고증 자료가 없는 가구 품목에서 대한제국 황실 가구의 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가구들을 구입해 배치해 놓은 것 같아 많이 아쉽다. 특히 황제 침실에서 1910년 석조전 준공 때 부터 남아 있던 옷장과 세면대를 제외하고 안락의자와 의자 등이 그렇다. 석조전이 국권 침탈되던 해에 준공되어 쇠락한 모습이 반영된 것인지도.

 

또한 복원된 커텐의 경우 일반 가정에서도 두 겹으로 겹쳐 쓰는데 황실에서 홑 겹으로 사용했다는 것도 상식 이하다. 더구나 난방이 온돌이 아니고 벽난로에 의존해 대류식으로 보온할 수 밖에 없어 몹시 추웠을 실내에서...커텐 색상도 황실 고유색이 있었을텐데 왜 그리 칙칙한지. 석조전을 단순히 보수/복원하는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중건'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