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 화.
오후 5시경. 이 분주하고 덧없는 도시에서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난 한 지인으로부터 시작된 우연한 만남이 자정까지 7-8명으로 이어졌다. 표표히 강호를 주유하다 기연들을 만나 일이 벌어지는 무협소설처럼. 그러고보니 '소호강호'의 노랫말과 같은 그런 밤이었다.
건축가 조성룡 선생님과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 최근 이전하신 팔판동 사무실에 가서 북 디자이너 수류산방 박 방장을 만나고. 다시 조 선생님과 함께 한성대입구역 부근 맛집 '하단'에 가서 경희대 건축과의 김일현 교수 일행과 만두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 좌중에 오고간 대화가 하단의 명물 '냉칼국수'처럼 쫄깃하게 맛나고.
식사 후 부근 성북동 '구포국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또 3명의 지인들과 만나 아예 자리를 합석했다. 빈대떡과 오징어튀김을 곁들여 한라산 잔을 기울이는데... 자리 잡고 옆 테이블을 힐끔 보니 또 한 명의 낯익은 인물이 술잔을 벗하고 있었다.
자정 무렵 택시 타고 집에 가며 참으로 일진이 기이한 저녁이었다는 생각이. 무엇이 그리 바쁜지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하는 일상을 치유하기라도 하듯 모든 것이 우연히...바람결에 스친 소중한 인연들과의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잔영을 길게 드리운다.
'소호강호'
파도에 웃음 싣고 세월따라 살아온 삶
구름에 웃음을 실어 모든 은원을 잊으니 강산도 따라 웃는다
부귀영화 부질없는 인생사 바람에 미소지으며
바위에 부딛혀 미소짓는 파도
왜 싸우고 왜 서로 죽이고 죽이는가?...
치졸한 인간들이여 승부는 하늘만이 아는데 세상만사 다 하늘의 뜻
그 파도에 실려 우리 여기에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