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그날그날

사이보그

開土_getto 2017. 4. 2. 22:35

04.02.일


아내와 산수유와 진달래 꽃이 막 피어오르는 산길을 걷고 내려와 영화를 봤다.


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망가로 탄생해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선보였던 극장용 아니메 <고스트 인 더 쉘>이 루퍼트 샌더스 감독에 의해 실사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작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제는 우연히 일본 망가로 탄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80년대 중반 출현한 인간과 로봇의 미래 생태계를 둘러싼 뜨거운 이론들, 곧 <사이보그학, cyborgology> 또는 <사이보그 인류학, cyborg anthropology>에서 유래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논쟁의 기원은 이른바 '탈현대 신체성'을 최초로 제기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의 <사이보그 선언문>(1985)이었다. 그것은 철학, 사회학, 페미니즘 연구, 동성애론, 과학사, 현대미술, 문화연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논쟁의 불꽃을 튀겼던 것이다. (김민수, <멀티미디어 인간 이상은 이렇게 말했다> 1999, 57쪽)


"해러웨이의 사이보그학은 탈현대적인 신체가 생물학적이고 과학기술적인 프로세스의 혼합물로 가정하면서, 자연과 테크놀로지의 악마화에 대한 어떠한 호소도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로인해 하이테크 인공보철술, 유전공학, 성형수술, 성전환수술 등과 같은 신체성에 대한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사이를 구분하는 구시대적 개념을 추방하고,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이 더 이상 운명을 좌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상상력의 일부가 아니라 오늘날 인간의 '존재론'(ontology)이자 '삶의 정치학'이라는 것"...(위의 책 57쪽) 


지난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17년 4월에 다시 만난 이 영화는 어느새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로 더욱 깊이 다가온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인간 정체성을 묻는 영화 속 사이보그의 세계는 생물학적 인종주의가 배태한 제국주의의 현실 문제가 여전히 생존하고 세계 정치가 다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로 환원하는 오늘날 현실에서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 문화적으로 흡수되어 현실화된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보면서 오래전에 고심했던 생각의 가닥들이 되살아나 감회가 새롭다. 특히 영화 중 한 대사가...

"우리는 기억이 우리를 정의하듯 기억에 집착하지만, 우리를 정의하는건 행동이다..." 


그러나 지난 30년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행동들이 세계와 인간의 위기를 초래한 매우 위험한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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