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이상평전

진단 0:1

開土_getto 2021. 3. 4. 15:35

03. 04.목.

 

개강하고 학교 메일함을 열어봤다.

우편물 중에 어떤 시인께서 보낸 시집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최근 낸 시집이라는 쪽지와 함께...

 

감사한 일이다. 더구나 쪽지에 "<이상평전>을 친구들과 함께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저자의 가장 큰 기쁨은 독자의 마음이 움직일 때다. 그런데 질문 하나가 담겨 있었다.  

"이상시 <진단 0:1>을 해설한 도표에 대해 잘 이해되지 않아 친구들을 대표해 질문을 보냅니다."

 

이에 이메일로 답변한 내용을 아래에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귀한 시집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이상평전>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하신 도표는 <진단 0:1>을 풀이한 것으로,

이 시는 가로 11개 x 세로 11개 좌표의 매트릭스를 기본 구조로 태어났습니다.  

 

대각선으로 찍힌 '점*'의 위치를 잘 보시기 바랍니다.  

 

 「진단 0:1」 원본  /  『건축무한육면각체』  연작시, 1932년 발표 <ⓒ 김민수, 이상평전, 2012>

 

첫 시행-- "어떤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다음에 이상은

매트릭스 좌표에 숫자와 점 '*'을 대입합니다.

 

매트릭스의 첫번째 가로행에 1~10(0)까지의 숫자를 놓고 마지막에 '점'(*)을 둡니다.  ---> 아래 그림의 < '1~0' '*'>

그 다음에 '*'을 행렬의 대각선 방향으로 위치시킵니다. 그러면

매트릭스의 두번째 가로행부터 다음과 같은 순서로 10(0)가지의 상이한 조합들로 변화합니다. 

1) 1~9 '*'      1 2 3 4 5 6 7 8 9 *          

2) 0~8 '*'.   0 1 2 3 4 5 6 7 8 *

3) 9~7 '*'.    9 0 1 2 3 4 5 6 7 *

4) 8~6 '*'.    8 9 0 1 2 3 4 5 6 *

5) 7~5 '*'.    (이하 생략)....

6) 6~4 '*'

7) 5~3 '*'

8) 4~2 '*'

9) 3~1 '*'

10) 2~0 '*'                 

 

숫자판 내부 변화도 <ⓒ 김민수, 이상평전 2012>

                     

이로써 전체 사각형 매트릭스에 대각선 방향으로 '*'이 개입한 이미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가로행을 잘 보시면 첫번째 '*'이 오고 다음에 1~0이 위치해서 <'*' '1~0' >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맨 처음에 시작한 <'1~0' '*' >과 '*'의 위치가 뒤집힌 '대립쌍'입니다.  ---> 위 그림의 < '*' '1~10'>

 

즉  1에서 10까지(이상은 숫자 10을 0으로 표기해 이진법 체계로 환원시킴) '10'(0)개의 수로 이루어진 최초의 행렬에 

1개의 '*'이 개입해 사각형 매트릭스 내부에 다시  '10(0)가지'의 서로 다른 분열조합이 파생되고,

'*'의 위치는 계속 행렬을 따라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처음과 같이 1~10까지 '10'(0)의 수로 환원하는 그야말로 이상의 최초 발표 시의 제목처럼 <이상한 가역반응>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평전>에서 이 시가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시"라고 언급한 것이지요. 마치 전자오락 게임 '패크맨'처럼...

 

그리고 마지막에 이상은 '진단 결과 + 날짜(1931년 10월 20일) + 서명'을 다음과 같이 표기했습니다.

진단 0:1

20. 10. 1931

이상(以上) 책임의사 이상(李箱)

 

이로인해 <평전>에서 밝힌 것처럼 <진단 0:1>은 

"상이한 두 종류의 존재 '1'과 '0'은 분리가능한 것이 아니라 보는 상대적 시각에 따라 위치가 변하는 고로"

위와같이 '나' 책임의사 이상이 볼 때 '어떤 환자의 용태에 관한 진단 결과' 는 '0:1'임...이고, 두 종류의 다른  존재들의 이상한 가역반응이 되는 것이지요. 

 

설명이 좀 되었으면 합니다.

관심에 감사드리며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김민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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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엄혹한 일제 강점기에 눈은 컸지만 식민지 조선인으로서 날개를 달고 날 수 없었고,

  최근까지도 이상한 인간처럼 취급당해 온 '짠한' 이상의 마음이 담긴 '시각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