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6. 목.
XII.
다음 행성에는 술주정뱅이가 살고 있었다.
이 방문은 매우 짧았지만 어린왕자를 깊은 우울에 빠뜨렸다.
그가 빈 병들과 아직 채 따지 않은 술병더미 앞에서 침묵에 빠진 주정뱅이에게 물었다.
"너는 거기서 뭐하고 있니?"
술주정뱅이가 우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술 마시지."
어린왕자가 물었다.
"너는 왜 술을 마시니?"
술주정뱅이가 대답했다.
"잊어버리려고."
이미 그를 측은히 여긴 어린왕자가 물었다.
"무엇을 잊으려고?"
술꾼이 고개를 숙이며 고백했다.
"내가 창피하다는 것을 잊기 위해서."
돕고 싶은 어린 왕자가 물었다.
"너는 무엇이 부끄러운데?"
"술 마시는 것이" 술주정뱅이는 결론을 말하고 영원히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갸웃하며 자신의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