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그날그날

흑백사진

開土_getto 2015. 12. 16. 20:40

길가다 마주친 흑백사진관. 

가족이나 연인들의 사진을 흑백으로 찍어주는 사진관. 컨셉이 좋다. 

 

출입문에 족자 형태로 내걸린 한 장의 흑백사진에 눈길이 간다. 미망인인 듯 어떤 부인이 남편의 영정을 들고 홀로 서있다. 자신을 남편의 영정과 함께 흑백 사진 속에 넣어 잠궈버린 그 마음. 과연 그녀는 남편과 영원히 멈춰진 시간 속에 살고자 한 것일까? 아니면

남편과의 추억을 빛바랜 과거로 정리해 떠나려 한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왠지 짠하다. 

 

흑백 사진에는 묘한 페이소스가 있다. 대중가요 노랫말들이 잘 담고 있다. '흑백 사진'은 낡은 앨범 속 사진처럼 빛바랜 기억, 시간에 갇혀진 피사체처럼 불변적인 것, 멈춰진 시공간 등으로 그려진다.

 

- 낡은 앨범 흑백 사진처럼 눈 감으면 내 앞에 떠오르는 추억..(흑백사진)

- 선생님은 날 기억하실까 빛바랜 흑백사진.. (추억의 책가방)

- 갇혀진 흑백사진 속 피사체 같이 나의 슬픔은 항상 똑같은 표정으로 널 향하고...(지구가 태양을 네번)

- ...세상은 갑자기 멈춰진 흑백사진 같은데...(진짜일 리 없어)

- 입 맞추던 날 넌 흑백사진처럼 내 안에 있어... (청춘이 아파)

- ...흑백 사진 속에 철모르게 뛰노는 내가 있어 (하늘색 꿈)

- ..새상은 멈춰진 흑백사진 같은데.. (사랑해요)

 

모든 것이 덧없어진 시대에 디카와 휴대폰 카메라에 설자리를 잃은 사진관의 활로를 찾아낸 좋은 예인 듯. 

마음으로나마 잘 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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