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2. 토
삼성이 '갤럭시노트7'에 대해 전량 리콜 조치하고, 제품 전체를 교환 또는 환불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언론에서는 이번 조치로 삼성이 신뢰를 얻게되어 실보다 득이 많다는 등 논평 기사까지 내놓고 있다.
이미 공급한 250만대의 분량에 대한 리콜 조치로 1.5조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삼성의 선택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는 눈치다. 그러나 언론이 삼성의 '통큰 리콜'을 마치 신뢰의 표상이 될 것 같은 모양새로 치켜세우는 것은 결코 삼성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 식의 감언이설식 '뽐뿌질' 보다는 이번 일이 삼성 갤럭시 디자인개발에 어떤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지 보다 근원적 분석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이번 사태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배터리 결함으로 교체시 노트7에 탑재한 '방수 기능'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량 리콜을 결정한 삼성의 입장에서 가장 최악의 변수는 배터리 셀의 합선에 의한 폭발 위험 보다도 배터리 교체를 위해 케이스를 뜯었다가 다시 결합했을 때 '방수 문제'까지 추가로 터져 나올 경우였던 것이다. 따라서 거룩하고 숭고한 자발적 리콜은 이를 대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서 나는 이번 리콜 사태가 '과잉 디자인(over design)'이 부른 참사로 본다. 갤럭시노트7는 '홍채 인식'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도 나름 혁신적 장점이 있는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방수 기능까지 탑재해 결국 전량 리콜할 수 밖에 없는 자충수를 두었는지 궁금하다. 기술적으로 자만한건가. 그 보다는 중국의 추격을 비롯해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 유지를 위해 갈수록 힘들어지는 조급한 마음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급해도 제품의 기능적 필요성에 대한 냉철한 원칙과 문화적 성찰 없이 제품 팔아 먹기 위해 배터리 교체도 쉽지 않게 방수기능까지 추가한 것이 결국 1.5조를 날려버린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다. 뭐.. 돈 많은 삼성으로선 껌값 정도겠지만... 그래도 속은 좀 쓰릴거다.
방수 기능은 그 문화적 효과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삼성플라자에 가면 갤럭시노트7의 POP 광고에 욕조에서 엄마가 어린 아이 목욕시키면서 방수기능 사용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엄마가 아기 목욕을 잘 시켜야할 상황에 아이와 스마트폰 장난질이나 부추기는 문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세상은 애고 어른이고 스마트폰에 얼굴 파묻고 횡단보도 건너는 넋나간 좀비들로 가득차 있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아이 목욕시키면서 엄마들에게 갤릭시노트질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도 끔찍하다. (이 말이 세상에 누군가 물 속에서 갤럭시노트를 사용하는 모든 상황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꼭 필요한 사람과 경우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이번 전량 리콜 사태는 단순히 삼성의 문제를 넘어서 현재 한국사회가 처한 여러 위기 증후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앞으로 도래할 더 큰 위기의 신호탄일지 모른다. 애플 아이폰의 출현 이후 스마트폰 배터리는 이미 오래전에 기술 표준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배터리 폭발 위험을 막지 못한 생산공정의 관리 부실과 휴대시 눌림 현상으로 배터리가 합선되게 디자인된 결함, 괜한 방수 기능 탑재로 1.5조를 날려버리는 화근을 자초한 무분별한 개발은 그동안 모든 분야에서 기본을 등한시하고 곶감만 빼먹으려했던 부실 한국사회의 총체적 난국과 결코 무관한 일이 아닌 듯 싶다.
ⓒ 김민수
[사진 출전: JT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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