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 화.
얼마 전, 정부 로고가 갑자기 기존 무궁화에서 태극으로 변경되어 의아해 했다. 왜 갑자기 교체되었는지 궁금했던 차에 이제야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과 함께 초유의 국정농단 주역인 차은택이 김종덕 홍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문체부장관에 앉혀 놓고 역시 차은택이 심은 현 홍대 시각디자인과 장동련 교수가 로고 추진단장을 맡아 나왔다는 것. 이들은 차은택이 수십억 광고비를 말아먹기 위해 벌인 정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쇼도 주도해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정부 로고 교체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이권사업이다. 예컨대 새 로고의 교체 대상은 중앙행정기관 51개(2원, 5실, 17부, 5처, 16청, 6 위원회)뿐만 아니라 특별지방 행정기관과 부속기관 및 기타 합의체까지 단일 로고로 통합하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이다.
이 먹이사슬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얽혀 진행되었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무엇보다 과연 이 정부 로고가 대한민국 정부를 표상하는 상징으로 합당하게 디자인된 것인지 비평적 검토를 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동안 발표 이후 아무도 별 이야기하지 않은 희안한 로고이기에...
변경된 디자인은 대한민국 정부 로고로서 태극이 지닌 국가적 상징성과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 태극은 이미 대한항공의 기업이미지로 정부 로고 보다 더 널리 전세계에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로고는 아무리 태극 문양이 국가 상징으로 중요하고 문양 요소의 미묘한 도형적 차이가 있다해도 참신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별 주의력이 없는 외국에서 볼 때 새 정부 로고는 대한항공 기업이미지의 태극 도형과 별 차이가 없는 그 정도 수준에서 인식될 뿐이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국영 항공사로 인지될 수도 있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땅콩회항'을 비롯해 회장의 조종사 비하발언, 계열사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등으로 브랜드 가치가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는 항공사 로고와 정부의 새 로고 이미지가 겹쳐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희대의 추잡한 역설이 발생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최순실의 눈밖에 나서 한진해운 법정관리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누구는 정권실세 눈밖에 나서 팽당하고 누구는 팽시킨 그룹의 로고를 가져다가 디자인해 정부 로고로 교체 사용하게하고. 먹고 먹히고...아수라 개판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적으로 새 정부 로고가 태극 사상을 왜곡하고 있는 부분이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로고는 태극 문양의 음양 원리를 손상시키지 않고 가운데 흰색의 회오리를 집어 넣어 프로펠러를 연상시켜 그나마 항공사 이미지를 잘 담아냈다. 반면 새 정부 로고에서 태극 문양은 파란색이 빨간색과 이루는 음양의 조화가 사라져 버렸다. 흰색이 빨간색을 대신하고 빨간색 부분이 남겨져 있긴 하지만 존재감이 거의 사라진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 로고를 디자인한 쪽에서는 "회오리치는 태극 문양은 한국의 역동성을, 태극 문양 안의 백색 빈 공간은 한국적인 여백의 미(美)를 표현한 것"이라며 "글꼴은 훈민정음 창제기의 글꼴을 재가공해 태극 문양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인용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16/2016031600243.html)
하지만 이는 태극 문양을 조형적 수준에서만 파악한 무식한 발상으로 우주적 음양의 조화를 철학적 원리로 표방하는 태극사상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것은 태극처럼 보이는 짝통 이미지일뿐 진짜 태극이 아니다. 태극의 본질이 서로 다른 두 기운, 곧 음양의 조화와 상생이거늘 이 두 기운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어떻게 "여백의 미로 표현했다"고 하는지 태극사상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의아할 뿐이다. 결국 이 '여백의 미'는 그 어떤 감시와 처벌도 불가한 무소불위의 국정농단을 위해 비워진 놀이터(플레이그라운드)를 위장한 '교활한' 표현이었다.
정부 상징을 변경하려면 기존의 기업이미지와 차별화되면서 로고의 철학과 형식이 서로 어울려 감동의 공감대를 끌어 낼 수 있는 디자인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개 기업이 아니라 평소 '국격' 운운하던 정부 로고이지 않은가 말이다.
희대의 막장 드라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켜 보면서 이렇듯 실망스러웠던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음에 차원을 달리해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바이다.
이런 이유로 이 추잡한 '박근혜 정부 로고'는 퇴진과 함께 순장시켜할 것으로 이 디자인에 가담한 자들까지 모두 역사에 남겨져야 한다. 그것은 신뢰의 상징으로서 정부 로고가 지녀야할 기본 정신과 철학은 물론 상징성 자체가 심하게 훼손된 나라를 말아먹은 자들의 '표식'일 뿐이다.
[사진 출전: 정부 홍보사진]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