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1. 토.
하남 스타필드에 갔다가 테슬라 전시장에 잠시 들렀다.
야심차게 국내 시장에 런칭했지만 개인적으론 아직 테슬라에 마음이 가질 않는다. 전시된 차량은 '모델S 90D' 흰색과 빨간색. 모델명에 붙은 '90D'는 장착된 90 KWh 배터리와 상시사륜구동을 의미한다. 최고속도 250 km/h, 제로백 4.4초.
차체 디자인은 전면에 전기차의 특징을 나름 담아낸 흔적이 보인다. 전기차에는 불필요한 라디에이터와 그릴 대신에 본넷과 앞범퍼가 곧바로 만난 틈새에 테슬라의 'T' 로고를 심었다. 이는 헤드라이트와 어우러져 차체 라인의 날렵함과 테슬라의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부각시킨다. 기존 엔진이 적출된 공간에 앞 트렁크가 생겨 살짝 포르쉐 느낌이 들기도...
전기차와 매칭된 스마트 기능도 눈길을 끈다. 예컨대 문 손잡이는 스마트키를 소지한 운전자가 다가서면 스스로 반응해 튀어나오고, 왼쪽 뒤편의 방향지시등에 붙어있는 작은 충전기 캡은 손으로 살짝 대기만해도 열린다. 실내의 스마트 환경은 기존 차량과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가운데 센터페시아에 탑재된 17인치 터치 스크린으로 모든 기능이 제어 가능하다.
계기판에는 이미지로 표시된 도어 개폐와 함께 배터리 충전과 관련된 주행 정보들이 배열되는데 이 부분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좀 허접하다. 장인정신이 결여되어 있어 정제된 짜임새가 없다. 좀 더 신경썼어야했다. 가뜩이나 엔진소리가 나질 않은데 대시보드 계기판의 가상적 존재감은 운전자의 마음을 붙잡는데 심리적이고 상징적 기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는 것이 내부 마감의 디테일이다. 기본 차량 가격 1억 2100만원에 에어 서스펜션과 수퍼차저 등 풀옵션을 더하면 1억6135만원에 이르는 고가에 비해 핸들과 시트, 특히 앞 좌석 사이 컵홀더 등의 마감과 디테일은 놀라울 정도로 조악하다. 차라리 그 가격이면 전기차 포기하고 벤츠 S400 쿠페나, 좀 더 웃돈 주고 BMW i8 하이브리드를 타는게 좋을 듯.
일반 충전으로 13시간(수퍼차저로 1시간)을 충전해 최대 주행거리가 378km인 점도 개선되어야할 부분이다. 가정에서 충전을 위해선 누진세 감당하기 싫으면 300kW짜리 공업용 전선을 새로 증설해야한다. 만일 차의 용도를 시내주행만을 주목적으로 한다면 테슬라는 아무 문제 없다. 그러나 장거리 주행도 가끔하는 운전자라면 고려해야할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테슬라는 앞으로 경부고속도로에 2곳, 그리고 영동고속도로 등에 수퍼차저 충전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완전충전된 상태에서 한남대교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404.48km) 갈 수 없고, 서울춘천고속도로 타고 동해안(200km)에 다녀오기도 애매하기 때문. 설사 충전소가 확충되고 아무리 수퍼차저로 충전해도 1시간 충전시간 동안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성질 차분한 사람들이나 테슬라를 타야할 듯...
앞으로 충전소 등 인프라가 급속히 갖춰지겠지만 한국인의 기질 상 도로에서 전기차 충전 시간은 최대 10-20분 이내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때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