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도시와 장소

옥자

開土_getto 2017. 7. 17. 12:55

 07.16.일.


영화 <옥자>를 보러 명필름아트센터에 다녀왔다. 

2015년에 개관한 이 건물은 파주출판단지 북단에 위치해 있다. 영화학교와 기숙사에서부터 카페와 극장까지 갖춘 명필름의 자존심이 담긴 곳. 이는 또한 한국 영화산업의 자존심이자 이를 한국 건축이 어떻게 담았는지 궁금해지는 '질문의 건물'이기도 하다. 


건물에 대해 의뢰한 건축주가 마음에 들면 그 뿐일지 모른다. 그러나 1층 카페와 지하에 극장과 같은 상업적 기능이 있어 커피와 영화에 돈을 지불한 '사용자'로서 말할 수 있다. 이 건물은 (명필름 거주자들을 제외하고) 카페와 극장을 찾는 이들이 도로쪽에서 접근하기에 건물 입구를 찾기가 힘들다. 안내판도 사인도 없다. 대신에 방문객은 한쪽은 솔리드한 석재로, 반면 맞은 편은 투명한 유리로 마감한 두 동의 건물 사이의 공간감에 주눅드는 '의전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의전은 방문객이 아니라 건물을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방문객은 건물 입구을 찾기 위해 좌우에 도열한 건물의 긴 수직 경간에 대해 다리의 수평적 축이 교차하는 마당을 엄숙하게 지나가야 한다. 


왼편 건물 벽에 붙은 긴 계단. 이 계단벽은 필로티와 카페 유리벽과 함께 어두운 아케이드를 형성한다. 이는 지나가는 방문객과 유리벽 속에 앉아 있는 카페 손님 서로를 부담스런 관찰자로 만들 수 있다. 벽면을 타고 길게 뻗어 오른 계단과 그 위로 허공에 걸린 다리의 관계는 마치 고대 이집트 장례사원의 직교좌표적 축에 담긴 피안의 세계로 향한 '영원성'이 느껴져 절로 숙연해진다. 오늘날 영화가 대중과 만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건물 사이 '비움의 공간'은 방문자에게 친근한 마당이라기 보다는 건물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지시하는 권위적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한바퀴 돌 작정을 하고 차로 건물 뒤편을 돌아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면 곧바로 극장 로비와 통한다. 이렇듯 건물은 외부 형태의 건축 언어와 내부 프로그램 사이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 뿐...


영화 <옥자>는 그동안 세계와 교감해 온 봉준호 감독의 영화 언어와 화술이 한창 물이 오른 느낌을 주어 좋았다. 특히 한국의 산과 도시 풍경과 유머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자와 옥자가 살던 지리산의 풍경, CG 이미지의 실재감, 순금돼지를 이빨로 깨물어 감정하는 낸시 미란도의 사이코패스적 익살 등이 압권이다.


물오른 한국 영화의 감흥과 교감이 한국 디자인에도 전이되면 좋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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