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도시와 장소

당선

開土_getto 2018. 4. 29. 11:00

04.29. 일.


서울시가 마침내 '잠실5단지 재건축 국제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조성룡 선생과 함께 공들여 제안한 <잠실대첩>이 최종심사에서 1등 당선안으로 선정되었다. 

<언론보도: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41913305315538 >

 

공모는 2단계로 진행되었다. 1단계 제안서 공모를 거쳐 2단계 설계공모에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을 비롯 외국팀들과 함께 한국팀들이 '지명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심사요건은 잠실5단지의 장소성, 공공성, 기능성, 거주성.


우리 팀이 제안한 <잠실대첩>에서 '대첩'이란 '과거-현재-미래의 중첩'이자 여러 시점과 사건들의 겹쳐짐을 뜻한다. 잠실의 장소성을 옛 한성백제의 고대도시에서 유래하는 역사적 경관으로부터 해석하고, 집과 집을 연결하는 '중첩된 길'에 초점을 두었다. 단순히 건축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경관과 풍경 속에 집과 길을 연결하는 미세한 신경외과수술과 같은 작업이었다. 건물과 건물의 틈과 모퉁이, 이러한 관계방식이 이어지고 겹쳐지고 갈라지는 길과 보행과 주거의 관계방식을 해석했다.


이로써 70년대 강남 개발이래 땅따먹기식 도시개발과 서구 모더니즘의 도시화에서 간과했던 도시 역사적 지리 경관과 풍경, 날씨와 기후 등 풍토에 대한 재해석이 시도되었다. 이와 함께 미래의 주거도 제안되었다. 


예컨대 옛 위례성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의 구릉지 재해석으로 남쪽과 동쪽의 고층구간 전체를 가로지르는 공중보행로를 디자인했다. 판축기법으로 다져진 옛토성 위를 산보하듯, 주민들은 공중보행로의 길을 따라 여러 갈래의 길을 산책하고, 한강변까지 접근할 수 있다. 옛 5단지 내의 벗꽃길 정취와 주거의 흔적들을 살리고, 강변의 입지와 초고층 건축의 밀도로 인한 도시의 바람길에 주목해 50층 고층 건물을 남쪽 도로변에 배치했다. 


나아가 계절 및 시간별 일조량/음영과 바람/미세먼지까지 고려해 건물들을 45도 각도로 틀어 배치함으로써 주거환경을 최대한 입주자 입장에서 고려했다. 이제 일조량, 바람,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고려치 않은 도시디자인은 사라져야 한다.  


또한 수직적 고밀화를 완화하기 위해 초고층에서 준고층을 고르게 배열하는 수평적 중첩을 이루게 했다. 특히 롯데타워가 대각선으로 마주보이는 모서리에 광장을 두어 잠실역 지하공간과 연결하고, 지하 수공간과 함께 거대한 원형 개구부를 두었다. 이는 롯데타워의 '수직적 물신성'을 치유하는 심리적이고 열린 광장으로서의 상징성을 담아내기 위함이다.   


이 계획안 대로 구현된다면 잠실5단지는 한국 도시디자인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이제껏 도시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한국 최초로 시도된 '풍토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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