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토.
토요일.
전시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를 보러 덕수궁에 갔다.
2호선 시청역을 나오자 소란스럽더니 대한문 앞에 이르러 마이크 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503호 석방과 한미동맹을 외치며 성조기를 흔드는 태극기들. 대한문 입구도 보이지 않게 겨우 통로하나 만들어 놓고 집회를 하고 있었다.
밖의 시끄러움과 대조적으로 궐 안쪽은 인적이 드물고 한산하다.
덕수궁 미술관에 들어갔다. 고종과 순종의 어진 등 궁중회화와 사진, 공예 등을 미술사적으로 조명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대한제국 시대를 조명한다고 해서 소음을 헤집고 들어갔는데 별 내용도 없다. 2월 6일까지 전시예정.
무엇보다 안내문에 "근대국가로 향해 고군분투한 시기를 재조명한다"면서 어진화가 김은호를 비롯해 일부 작가들의친일행적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다. 덕수궁 밖에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조차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빨갱이 짓이니 모두 내주라며 태극기들이 성조기 펄럭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변치 않고 강산만 변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