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1. 01. 금.
해는 또 다시 떠오르고...
새해 첫날, 코로나 시대의 묵은 마음 훌훌 털어내고 새출발을 위해 남산에 올랐다.
기온은 떨어졌지만 인적이 뜸해 산책하기 좋은 날.
옛 분수대 앞에서 산자락 밑 옛 식물원 자리까지 기차역 플랫폼같은 구조물이 길게 이어져 있다. 발굴 조사 이후 작년 11월경 일반에 공개된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전시관은 옛 도성이 지나간 성벽 발굴 현장 위에 지붕을 얹은 구조로 성벽 중간의 멸실된 구간을 따라 분수대-조선신궁 배전터-방공호 등을 잇고 있어 조선 시대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후 질곡의 흔적을 증언하고 있다.
남산 정상(현 팔각정 터)에는 원래 태조 이성계가 조선 건국 4년 후 남산의 산신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격상시켜 세운 국사당이 있었다. 남산의 원명이 '목멱산'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529년 후 일제는 조선인의 영혼을 지배하기 위해 산 아래쪽을 깍아내 조선신궁(1925)을 설립하고 동시에 국사당을 종로구 무악동으로 치워버렸다. 이 역사를 조선신궁 배전터와 방공호가 말해주고 있다.
해방후 조선신궁을 허문 자리에 친일조각가 윤효중이 제작한 거대한 이승만 동상이 세웠졌다가 4.19혁명 때 성난 시민들에 의해 끌어내려지고 그 일대에 1968년 식물원과 분수대가 들어섰다. 그 후 2006년에 식물원이 철거되어 현재에 이른 것.
걸어서 산 정상에 오르니 마스크에 김이 서리고 호흡이 가빠진다.
부디 새해에는 숨 한번 제대로 쉬고 사는 날이 오길...
사진: ⓒ 2021_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