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취미와 장소

태백_바람의 언덕

開土_getto 2015. 10. 6. 21:56

10월 3일. 토요일. 오늘 투어 행선지는 태백.

어제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 내피 입고 만약을 위해 윈드자켓까지 챙겨 단단히 대비하고 나서는데 생각보다 쾌적.

일찍 길을 나섰다.  

 

8:30 양평 카페에 도착. 따뜻한 카페라떼와 머핀으로 몸을 풀고...

 

6번 국도에서 442번 타고 가다가 새말삼거리에서 42번 국도 갈아타고. 안흥-평창-미탄-정선을 지나 59번으로 바꿔 탔다.

 

덕우삼거리 편의점에 도착. 양평에서 여기까지 약 2시간 주파. 쉼없이 달려온 애마도 잠시 쉬고...

 

사북을 지나면서 몽환적인 도시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성채와 같은 '강원랜드'와 주변 호텔 숙박시설들이 대박을 꿈꾸는 판타지 랜드를 방불케 한다. 만일 야간주행했다면 판타지랜드의 경관 조명과 간판 등이 불야성을 이뤄 더욱 장관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강원랜드 앞을 지나는 38번 국도는 길이 무척 좋다. 카지노 도박판에 어서 오라고 손짓하듯 마치 삐끼의 기름바른 머리처럼 잘 포장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도박은 지탄받아야할 폐악질로 간주하면서, 정부가 나서서 관광서비스 산업 육청한다고 카지노복합리조트까지 허가내주며 사행성 산업을 부추긴다. 

 

태백시에 들어와 음식점 '너와집' 도착. 주차하면서 고풍스러운 너와집의 자태에 매료되었다. 지은지 무려 3백년이 넘었다는 너와집이 이렇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니.. 놀라움에. 몹시 시장기가 느껴졌지만 잠시 잊고 집 구경. 

 

 

이 너와집의 지붕은 한국 건축에서 일명 '까치구멍집'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 폭설로 파묻히는 추운 강원도 산간 지방 화전민들이 짓고 살았는데 양쪽 측면의 팔작지붕 형태가 만나는 접점 부분에 뚫어놓은 환기구멍이 마치 까치구멍 같다고 해서 붙여진 지붕형태다. 정면에 좁게 느껴지는 작은 문을 들어가면 널직한 내부 공간에 깜짝 놀라게된다. 

문간 왼편에 부엌, 오른편에 외양간을 있고 정면에 대청마루를 두고 양쪽에 안방과 건넌방을 두었다. 한데 식사하러 안내 받아 들어간 안방의  입구쪽 벽면 모서리에 벽난로가 눈길을 끈다. 화로 구실을 하는 벽난로를 따로 두었던 모양이다. 집 전체가 마치 강원도 오지 생활사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외양간의 오래된 여물통, 가마솥, 생활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대청마루 위쪽의 높은 천정고가 폭설이 내린 혹한기 실내 생활에서 답답하지 않게 환기와 보온을 동시에 취하기 위한 지혜가 엿보인다.

 

 

 

점심식사는 산채비빔밥과 메밀전병. 음식의 특징은 꾸미지 않은 것. 강원도식 비빔밥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추가로 주문한 김치를 넣은 메밀전병도 맘에 든다. 찰진 전병을 씹는 맛과 아삭한 김치 맛이 한데 어우러져 맛이 개운하다. 

 

 

 

1:25 삼수령 도착. 삼수령은 백두대간에서 서쪽으로 한강, 동쪽으로 오십천, 남쪽으로 낙동강이 흘러 내려가는 발원지.

 

 

 

멀리 '바람의 언덕'을 배경으로 한 컷. 바람의 언덕은 매봉산 정상 부근으로 고랭지 배추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거대한 풍력 발전 바람개비가 장관을 이룬다. 오늘 목표는 바로 저곳에 오르는 것. 굽이쳐 올라가는 좁은 농로가 앞으로 쉽지 않다.

 

 

뱀처럼 구비치는 길을 한참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주행은 근래에 처음 맛본 아찔한 체험이다. 차 한대 간신히 지나 다닐 수 있는 좁은 농로 옆은 아차 실수하면 저 세상으로 가는 황천길. 순간 순간 마주치는 내려오는 차량 때문에 바이크를 벼랑 쪽에 붙여 대기할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서는데 설상가상 바람까지... 이렇게 아찔한 바람을 맞보기는 처음이다. 중량 355kg 짜리 바이크가 바람에 휘청거릴 정도로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마지막 정상 코 앞에서 길이 너무 가파르고 바람이 심해 더이상 오를 수가 없어 멈춰섰다. 엄청난 바람의 포스는 바이크를 붙들고 있기에도 버거울 정도다.  머리 위엔 '쉬익~쉬익' 하늘을 작두로 베는 듯한 바람개비 소리까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비록 끝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바람의 언덕을 맛보고 내려오는 길은  뿌듯...

 

 

귀환 길 횡성IC 길목에서 만난 조형물. 횡성 한우와 소뿔을 주제로 했는데 디자인이 너무 일차원적.  한우 사랑하면서 많이 먹자?

 

워낙 장거리 투어인지라 귀환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서울에 들어왔을 때 이미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도시의 야경을 즐기면서 막히면 막히는대로 느긋하게 집으로... 

 

8:00 집에 도착.  오늘 총 주행 554.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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