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평론

장폴고티에

開土_getto 2016. 4. 2. 22:25

0402. 토.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장 폴 고티에> 전이 열리고 있어 다녀왔다.

공교롭게 며칠전 DDP를 디자인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고인에게 좀 미안한 말이지만 DDP는 건축물이라기 보다 거대한 '야외 조각' 내지는 '조경물'로 다가온다. 쓰임새를 위한 공간으로 보기엔 낭비가 너무 심하다. 그것은 감상을 위한 방만한 오브제로서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조형물이다. 원인은 애초에 건물 내부의 사용계획 즉 소프트웨어적 프로그램이 전혀 없이 일단 지어놓고 나중에 알아서 채워넣어라 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일게다. DDP의 우주선과 같은 '하이퍼볼릭 구조'의 곡선적 향연을 위해 이 도시는 너무 큰 대가를 지불한 것 같다. 그래도 좋다고 하니 할 수 없고...


장 폴 고티에 전시는 '살롱, 오디세이, 스킨 딥, 핑크 캉캉, 도시 정글, 메트로폴리스, 결혼'의 7가지 주제로 구성되었다. 입장료 1만2천원. 좀 비싸긴 하지만 가성비로 보면 그리 나쁘진 않다. 볼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90년대 패션계의 악동으로 이름을 날린 그도 어느새 64세(1952년생)라니.


그는 1990년 마돈나의 공연을 위해 150벌이 넘는 무대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특히  'Like a Virgin'의 콘브라와 코르셋 의상으로 '속옷의 겉옷화'를 선보여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내가 그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1989년 무렵으로 기억된다. 당시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는 매우 충격적이었는데, 이 영화의 의상을 그가 맡았던 것.




장 폴 고티에의 발자취를 보면 엄밀히 말해 패션 디자이너라기 보다는 무대 의상 디자이너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의 대부분 활동과 명성은 패션 보다는 오트 쿠튀르와 무대 의상에 깊이 관련되어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90년대 이래 펼쳐온 '실험정신'이다.


여기서 실험정신이란 아무 짓이나 해도 상관없다식의 무책임하고 대중을 호도하는 '객기의 분출'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아름다움의 고정관념과 상투성에 저항하고, 줄기차게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또는 인종적 장벽과 용모 등의 사회적 편견을 재해석하고 해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부분들이다. 객기 말고 철학 또는 정신 같은 것...


김민수















 

 

'평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고  (0) 2016.05.12
충동  (0) 2016.05.09
i-부스  (0) 2016.03.29
AI   (0) 2016.03.09
자이로 바이크  (0) 201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