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 중에 볼 때 마다 '이건 아니다'하는 광고가 하나 있다. 맥주 카스 광고다.
광고 카피는 이렇다.
꿈이 없다면 눈물날 일도 없어
하지만 혹시 알아?
너만의 길을 찾게 될지
너의 꿈을 세상에 펼치게 될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부딪쳐라 짜릿하게..
얼핏 20-30대 청춘들에게 도전정신을 외치는 건강하고 희망찬 말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광고는 꿈과 희망마저도 포기한 7포 나아가 무한포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적 좌절의 모든 원인이 마치 저지르지 못한 자신의 무능함에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설득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컨셉 디자인에 있어 이 광고는 젊은이들에게는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현실의 고통은 자라나면서 겪는 단지 성장통에 불과하다는 식의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어떠한가?
오늘날 젊은세대의 좌절과 고통은 아무것도 저지르지 못해 발생한 성장통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음 세대들에게 인간이 살만한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려는 노력은 커녕 '누가 누가 많이 해먹고 튀나' 종합선수권 대회를 방불케하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와 모든 인간 가치를 돈에 귀속시켜 버린 가치관과 세태가 원인이다.
정말 필요한 인식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가 아니다. 힘들 때 일 수록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냉철히 분별해야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본질적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이렇듯 충동적으로 저질러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광고 카피대로 혹시 모를 요행을 바라고 충동에나 의지하는 이들에게서 무슨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충동적으로 세계 1위 '자살공화국'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이런 식의 광고는 결국 자기파멸만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광고가 TV에 나올 때 마다 매우 거북하다.
해서 단순히 맥주 팔아먹기 위한 광고로 보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이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누군가 세뇌시키는 고도의 정치공학과 맞물린 아주 질 나쁜 광고로 보인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짜릿하게 부딪쳐 저지르고 있을 때 세상은 너의 꿈을 펼칠 수 없게 한 뼘 더 썩어들어가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