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수
세계디자인사학회(ICDHS)가 열리는 대만과학기술대까지는 택시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멀지 않아 택시비가 230원 나왔다.
오전 8:30부터 시작한 학회가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개회식과 기조 강연에 이어 여러 세션으로 나뉘어 동시에 발표가 이어졌다. 올 학회의 전체 주제는 '초국가적/국가적 디자인사 연구'이고 대만에서 개최되어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연구자들이 많이 참가했다.
이로 인해 참석한 한 세션 발표장에서 일본인 연구자들이 일제강점기 식민지 대만과 조선 관련 신문 이미지를 예시해 시각적 재현에 대해 설명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한 발표자가 '몸뻬' 바지 관련 조선의 여성이미지 관련 신문자료와 친일파 이광수가 소설에서 극찬한 대목까지 들먹여가며 마치 몸뻬가 조선 여성들이 새로운 여성적 아름다움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옷인양 미화시켜 발언하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한옥입은 조선 여성이 일본 여성과 소위 '센닌바리(千人針)'를 만들고 있는 사진 기사도 소개되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일제강점기 친일 기관지 매일신보와 경성일보 등 신문자료들에 등장하는 시각적 표상들은 시국시책의 전달 목적을 지닌 것이라 그 이면의 이데올로기와 배경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센닌바리'는 그것이 젊은이들을 전쟁에 내몰기 위해 여성들이 천땀의 바느질을 한 부적을 병사가 몸에 지니면 총알도 피해가 죽지 않는다는 일종의 주술적 부적과 같은 것이었다. 이를 바느질하는 여성이미지와 함께 소개하는 것은 일제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자료 해석에 있어 왜곡의 소지가 있으니 주의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일본 학자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동의한다고 얼버무려 답변했지만 그 후 그의 눈빛과 태도가 달라졌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10.26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바로 '그날'이다. 한국은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 국내에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일본군 성노예 할머니들을 다시 돈으로 팔아넘기는 등 몰역사적 왜곡이 벌어지고 있고, 누구는 대만에 와서 강점기 역사의 그림자와 대척해야하는 상황이 세계디자인사학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녁에 학회 참석자들을 위한 갈라 디너가 마련되었다. 화려한 저녁을 먹었지만 식사하면서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