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도시와 장소

공권력

開土_getto 2017. 6. 16. 23:50

06.16. 금.


얼마전 연대 세브란스병원에 갔다가 복도에 전시된 병원의 역사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세브란스병원은 기원점을 1885년 선교사 알렌 박사가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병원 '제중원'에 두고 있다.


제중원은 원래 알렌이 '광혜원'이란 이름으로 1885년 4월 10일 홍영식의 집에서 개원했다. 이는 곧이어 갑신정변 때 알렌이 개화당에게 치명상을 입은 민영익을 잘 치료한 공으로 고종의 총애를 받아 '제중원'(濟衆院)이란 이름을 하사받아 개칭되었다.  


제중원은 그 명칭이 뜻하듯 '대중적 의료 혜택을 베풀기' 위함이었다. 1899년 대한제국은 제중원에 이어 국민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한 국립병원으로 내부병원/보시원을 개칭해 '광제원'을 설치했다.   


그러나 1907년 일제 통감부는 기존 의학교 및 그 부속병원, 광제원과 적십자병원 등을 통폐합해 '대한의원'을 설립했다. 서울대병원은 이 대한의원을 바로 현 서울대병원의 모태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세브란스와 서울대병원은 최초의 근대식 병원의 기원점으로서 제중원을 두고 병원사(病院史) 기술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세브란스는 설립자 알렌에 초점을 두는 반면 서울대병원은 국가기관으로서 제도에 초점을 두고 있기때문이다.


어제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1년 7개월만에 '병사'에서 물대포에 인한 '외인사'로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사망진단서 수정 하루만인 오늘 경찰청장은 고인과 유족에 사과한다고 면피용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서울대병원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국민을 위한 의료행위도 아닌 다만 공권력 수호의 하수인 역할을 한 셈이 되었다.


만일 서울대병원이 최초의 근대식 국가의료기관으로서 제중원과 광제원의 맥을 이으려 한다면 '국민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고' '보시한다'는 애초의 공익 정신을 잊지 말았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아해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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