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8. 화.
자료수집차 일본에서 연구하다 귀국한 제자가 책 한권을 사왔다.
스기우라 고헤이의 <시간지도의 실험>(2014). 부제는 <時間のヒダ 空間のシワ>
이 책은 일본 북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의 다이어그램 디자인을 집대성했다. 표지는 그가 제작한 공간 속에 시간이 겹쳐진 중층화된 지도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 내용은 그가 1960년대 이래 잡지 <SD>를 비롯해 <백년연감>, <도시주택> 등에서 선보인 수많은 다이어그램을 통해 시간지도로 향해가는 철학적 탐구 과정을 담고 있다. 데이터 아키텍춰를 넘어서 우주적 건축으로 끌어올린 그의 북디자인 세계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가 전에 내가 졸저 <필로디자인>(2007)의 '스기우라 고헤이' 편에서 평한 내용들이 나의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실체적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필로디자인>에서 나는 스기우라가 1984년에 발표한 '전통과 현대기술' 포스터를 예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면적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우주적 명상의 건축'....(중략)...
중앙의 빛나는 황금좌불의 단전 위치에는 삼차원 투시도법으로 그려진 사각 받침대 위에 연꽃과 부도를 지탱하는 거북의 형상이 자리잡았다. 거북의 위치는 정확하게 결가부좌한 부처상의 손자세, 즉 왼손과 오른손이 겹쳐져 엄지가 서로 맞대어지는 수인(手印)의 지점에 위치한다. 따라서 포스터는 거북의 가시적 형태 속에 보이지 않는 '명상의 수인'을 동시에 담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그는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즉 정신과 물질의 분리될 수 없는 일원론적 관계를 조용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도가 있는 사찰 지붕 위의 탑두는 좌불의 이마 가운데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그는 이 한장의 포스터로 감지될 수 있음(tangibility)와 감지될 수 없음(intangibility)을 모두 떠안은 우주적 질서로 승화시킨 것이다...(<필로디자인>, 389~391쪽)
<시간지도의 실험: 시간의 주름, 공간의 주름>에서 스기우라는 1984년 포스터 속 부처상의 신체 내부의 공간적 질서와 법칙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그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내가 추정한대로 진짜 그런 식의 생각으로 디자인을 했던 것이다. 아니면 평문을 보고 역순으로 다이어그램을 후에 그린 것이거나... 설마 ㅎ
어쨌거나 평론의 즐거움은 이런 것 아닌가 싶다. 현상의 실체를 밝혀 이를 세상과 이야기하는 것.
책에 수록되어 있는 생각의 프로세스를 사진으로 몇장 올려본다.
(*** 출판사와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면 자진 삭제하겠음. 교육적 목적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出版社と著作権問題が発生すれば、自ら削除するよ。教育的目的だから了承を求めま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