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평론

신발

開土_getto 2017. 5. 27. 00:22

05.26.금


공중보행로 '서울로' 개장 이후의 최대 논란은 아마도 <슈즈 트리>인 듯.


서울역 광장에 가면 엄청난 신발들의 행렬이 100여 미터의 길이로 공중의 서울로와 맞닿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데 이에 대한 반응은 칭찬보다는 불평이 더 많아 보인다. 실제로 서울로에서 이를 내려다 보던 어떤 노인이 '미친것들..'하고 욕을 내뱉았다. 지나가던 어떤 이는 "아이구 냄새난다..." 등.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반응도 별 다르지 않다. 예컨대 어떤 미술비평가는 <슈즈 트리>가 공공미술이 아니라 '흉물'을 넘어서 '괴물'이라고 악평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작품이 '공공미술'의 이름으로 한 장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것이라면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것은 '소재적'으로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신발, 폐타이어, 기타 폐기물 등 여러 소재들이 환경적 변화에 지속성은 물론 화학적 분해과정에서 부패로 인해 위생상의 문제도 유발할 수 있다. 어떤 미학자는 파리 에펠탑이 애초에 시민들로부터 강력하게 거부되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자랑스런 랜드마크가 되었다며 <슈즈 트리>를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에펠탑이 <슈즈 트리>와 용도와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


중요한 것은 <슈즈 트리>가 '서울로' 개장 행사동안 한시적으로 설치된 '퍼포먼스'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작가(황지햬)의 의도와 작품에 담겨진 의미에 주목해야한다. 작가는 '차가 다니던 도로에 이제 사람이 걷고 풀벌레가 우는 숲에 착안해 서울로 고가를 나무로 표현했다'고 한다. 여기서 작가는 분주한 일상을 살고 있는 시민들의 '족적'에 대해 나름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고 본다. 그는 1970-2017 현재까지 이 땅을 밟고 살아간 사람들의 흔적과 역사를 이 낡은 신발들로 표현한 것이고, 이제 도시산업화의 상징인 고가도로의 켜 위에 나무와 숲의 향기를 꽃피워 보자는게지.


이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그동안 땀내나는 삶을 살면서 그 삶의 냄새가 역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색하고 되새겨봄직하다고 본다. 언젠가 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흔히 침이 더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이 침을 묻히지 않고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는가...이 작품도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고 그런 의미 정도로 보면 되겠지. 


<슈즈 트리>는 많은 논란으로 '서울로'의 개장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로 보면 그런대로 목적을 이룬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그간 일부 전문가들의 논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공공미술과 퍼포먼스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공곰미술과 퍼포먼스 예술에 대한 대중적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본격적인 예술과 접촉해 본 적이 없고 상투적인 예술만 소비해 온 사람들은 '이유있는 낯설음'에 마음을 열고 교감 능력을 배양하려는 자기 훈련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비록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적지 않은 시민 혈세를 쳐들인 아쉬움은 크지만 10만여컬레의 신발로 나름 발언한 작가의 배짱에 값을 쳐주고 싶다. 그러나 작가와 서울시는 그 덕택에 헌신발짝 속에 파묻혀버린 왈우 강우규 의사상에 한줌의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


강우규 의사상 이야기는 앞서 게시한 <동상 > 참고 바람. http://blog.daum.net/gettok/81



(사진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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