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도시와 장소

대구

開土_getto 2017. 11. 26. 14:14

11.25. 토.


대구에서 2시에 강연이 있어 서울역으로 향했다.


11시 출발 예정인 KTX를 기다리며 평창동계올림픽 공식상품점을 둘러봤다.

국정농단으로 해먹고 남은 잔해를 수습해 평창올림픽을 띄우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에선 한정판 평창 롱패딩을 사려는 사람들로 난리를 쳤다던데 과연 얼마나 실제 흥행으로 이어질지... 캐릭터 디자인으로 별 감흥 없이 '되다만듯 어정쩡한' 호랑이와 곰 두마리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로 애쓰는 모습이 안스럽고 불쌍하다.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나 20여분 지났을까 눈내린 하얀 산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강연을 위한 일로 가는 길이지만 그런대로 겨울 기차여행의 맛도 난다.


동대구역에 내리자 날씨가 잔뜩 흐리고 매서운 추위의 서울과 영 딴판이다. 화창해서 살짝 덥기도. 한동안 뜸한 사이에 역주변 풍경도 많이 변해 있었다. 최근 들어선 어마무시한 규모의 신세계백화점이 경이롭다. 대한민국에서 이 보다 더 압도적인 백화점이 또 있을까. 덩어리와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다. 주눅들어 오그라드는 느낌. 한데 그 앞에 스테인레스로 차갑게 번쩍이는 조형물 '웃는 얼굴의 대구'가 세워져 있다. 안내문은 말하길, "대구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친절하고 친근감 가는 도시의 밝은 분위기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납득은 커녕 오히려 더 꼬인다. 역과 광장 일대의 경관이 말과 달라서 '사이코패스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문화라고 규모와 힘만 강조하는 도시의 중앙역 얼굴. 일찍이 원도심 대구읍성을 허물고 일제가 건설한 대구역을 롯데에 내주더니 아무런 역사적 치유도 없이 이제 동대구역 마저도 신세계에 헌납한 격이다. 몰역사적 도시성에 스스로 웃는 얼굴의 도시가 무섭다. 


역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대구교육청 방면으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강연장소가 위치한 교육청 앞 가로수길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있었다. 강연은 진지하게 마음을 열고 경청하며 질문해 주신 분들 덕분에 보람이 있었다. 한국 미술과 디자인 그리고 대구의 도시문화에 문제의식을 공유한 분들이라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강연 후 참석한 분들과 함께 저녁식사하고 커피 뒤풀이도 이어졌다. 환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친절하게 역까지 배웅해주신 분들을 뒤로 하고 9시 기차를 탔다.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어느새 시계는 11시로 향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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