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사에 가면 목조문수동자좌상을 비롯해 적멸보궁 등 여러 중요한 불교 문화재가 있다.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입구에 해당하는 청풍루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왼편의 동정각.
이곳엔 현존하는 한국종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답다는 국보 동종이 있다.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조성되어 안동에 있다가 조선시대 예종 때인 1159년 상원사로 옮겨왔다. 현재는 유리벽 속에 보존하고 옆에 복제종을 만들어 타종하고 있다.
상원사 동종은 형태와 구조에 있어 높이 167cm, 지름 91cm의 이상적인 비례와 안정감으로 한국 범종의 기원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종의 배에 해당하는 종복에 새겨진 비천상과 종을 때리는 당좌에 표현된 8잎 연화문은 이상적 사실감과 생동감이 백미다.
아쉬운 것은 사운드. 현재 실제 종소리는 들을 수 없고 옆에 복제종이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복제종은 당좌에 부딪치는 첫음과 퍼져나가는 중저음애서 왠지 별 울림을 주지 못한다. 예전에 청음한 에밀레종 소리의 '화사한 음장감'과도 비교된다. 아무리 복제기술이 좋아 형태는 비슷해도 종의 영혼을 살릴 수는 없는 듯...
소리를 복원하는 것은 형태를 복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현 복제종은 지난 1978년에 만든 복제종의 음이 깨져 2년에 걸쳐 2015년 제작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옆에 원형을 두고 목격한 타종이라 천삼백여년짜리 역사가 매개되어 전이되는 순간... 멀리 석양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속세의 번뇌를 씻기는 타종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찾아온 연구 학기의 시작... 마음을 다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