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06.
일요일 점심 때 모처럼 홍대 앞에 갔다. 오랜만에 갔더니 그새 세계 스파 브랜드의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다양한 도시 생태계의 활력이 넘치던 홍대앞도 이제 쇠락해가는 조짐이 보인다.
이곳에서 '스파들의 전쟁'은 먼저 스웨덴이 판을 깔면서 벌어졌다. 옛 스타벅스가 있던 건물에 통채로 'H&M'이 들어섰던 것. 그랬더니 질세라 한국의 '스파오'(SPAO)가 옛 설농탕집이 있던 사거리 쪽에 얼굴을 내밀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 그러자 그 윗 건물을 싹 뜯어 고치고 '포에버 21'(Forever 21) 미국 선수도 출전했다.
한데 오늘 와서 보니 그 위에 없었던 스페인의 '버쉬카'(Bershka)가 들어선 것이 아닌가. '버쉬카'는 17세~23세의 청소년을 주타켓층으로 설정한 '자라'(Zara)의 동생뻘 스파다. '자라'는 홍대 정문 맞은편 놀이터공원 밑에 이미 오래전에 판을 벌렸는데, 이번 전면전에 빠지긴 싫고 해서 대타로 동생을 출전시킨 모양이다. 일본의 '유니클로'(UNICLO)는 일찌감치 인천공항철도 홍대역 쪽 롯데시네마와 함께 대형 건물에 입주해 스파업게 1위 답게 난공불락의 요새를 따로 쌓았다. 그 건물 1층에 스파오와 같은 이랜드 계열의 '미쏘'(MIXXO)가 둥지를 틀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에잇 세컨즈'(Eight Seconds). 삼성 제일모직의 '에잇 세컨즈'는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쇼핑몰에 입주해 있어 멀리서 관망하고 있는 듯. 참고로 스파 브랜드란 상품기획에서부터 제조와 유통은 물론 판매까지 직접하는 이른바 '독자 상표를 지닌 소매 의류 전문점'을 뜻하는 'Specialty store retail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다.
이렇듯 스파들의 전쟁터가 홍대앞의 활력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이 말해주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주변부의 활력도 앞으로 사라지게될 것이 뻔하다. 이미 생태계는 무너져 버려 홍대 앞의 인디문화는 사라진지 오래다. 또한 오래된 음반가게가 사라진 자리에 은행이 들어섰고, 리치몬드 빵집이 대형 커피체인점 '우리안에천사'로 바뀌었다. 조만간 주차장 거리에서 옹기종기 소꼽놀이하던 작은 가계들도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결국 거리의 스파 브랜드화와 상점들의 대형화는 홍대 앞의 기존 활력을 주변부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데 공헌할 것이다. 돈 욕심이 도시 생태계는 물론 자신이 설 땅 조차 갈아 먹고 있다. 홍대앞 거리가 먹지 말아야할 독배를 마셔버렸다.
H&M
Forever 21 & SPAO
Bershka
주차장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