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그날그날

정원

開土_getto 2016. 4. 24. 19:24

 0424. 일.

어제 그제 최악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좀 잦아진 듯 오랜만에 맑고 파란 하늘이 나왔다. 점심으로 아내가 해준 맛있는 냉면 한 그릇 먹고 옥상정원에 올라가 농부가 되기로 했다. 그동안 벼르던 남쪽 화단에 주목을 옮겨 심는 작업을 했다. 


재작년부터 시름대던 주목 몇 그루가 작년에 죽어버렸다.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녀석들이 남긴 새싹 묘목들을 옮겨 심기로 했다. 생명이 참으로 모질다는 것을 나무에서 보고 배운다. 비록 생명을 다했지만 죽기 전에 자신의 씨를 뿌려 잔디에서 새싹 묘목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죽은 나무의 삶도 막상 뽑아 내려 하니 뿌리가 깊이 퍼져 있어 작업이 쉽지 않다. 일단 어디에고 한번 뿌리내린 생명은 손대기 어려운 것이 자연의 이치인듯.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모종삽으로 삽질을 해 간신히 세 그루 나무 뿌리를 제거할 수 있었다. 미안하다. 잘 돌보질 못해 떠나보냈으니...새싹 네 그루를 잔디에서 적출해 두 그루는 죽은 어미들의 자리에 옮겨 심고, 두 녀석은 화분에 옮겨 당분간 인큐베이팅하기로 했다. 작업이 잘 끝나 물을 주며 잘 뿌리내려 자라나길 기원해 주었다.


올해 정원의 느낌이 좋다. 어느새 포도나무에도 송이가 여기 저기 열렸고, 복숭아 나무에도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맺혔다. 파고라 쪽에 얼마전 진 복숭아 꽃을 대신해 영산홍이 화사하게 피어올라 붉은 자태가 절정이다.


나의 정원에 대한 컨셉은 게으른 탓도 있지만 자유방임주의 내지는 자연주의다. 지나치게 가꾸려하지 않기다. 해서 잔디에 잡초들까지 모두 살고 싶은대로 내버려둔다. 옥상에 살고 싶은것들은 모두 살려주는 것이 내 컨셉이다.ㅎ

모든 것이 인공으로 꾸며진 도시 속에서 옥상에 올라왔을 때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싶은대로 자라난 정원을 보는 맛도 괜찮다. 꾸미지 않으면 풋풋한 맛이 있어 좋다.


올해는 텃밭에 상추와 푸성귀도 많이 심어 먹기로 아내와 이야기하고...

도시농부로 땀 흘린 오후. 소소한 일상이 주는 작은 행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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