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도시와 장소

레드 하우스

開土_getto 2016. 6. 12. 22:18

0605. 일.


레드 하우스(Red House)는 런던 교외 백슬리히스(Bexleyheath)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가기 위해선 교외선을 타야한다. 캐넌 스트릿 역에서 기차를 타고 르위셤(Lewisham)에서 환승해 작고 조용한 마을 백슬리히스까지는 약 1시간 소요. 역에서 나와 레드하우스까지 도보로 14분 정도 거리. 걷기에 그리 멀진 않지만 오후들어 기온이 상승하면서 무더워져 심리적으로 좀 지쳐갈 무렵 때맞춰 도착했다.


성채처럼 높은 담장을 지나 정문에 들어서니 낯익은 집이 펼쳐져 있다.  바로 이 집이 모리스의 레드하우스. 고풍스런 저택의 그늘진 북쪽면과 정문이 소설 속의 집처럼 나타났다. 먼저 티켓팅. 8파운드 내고 건물 안으로 입장.  


레드 하우스는 1859~1860년 건축가 필립 웨브(Philip Webb)가 친구 모리스의 신혼집을 위해 지었다. 이 집은 두 사람의우정의 결실이자 향후 전개된 미술공예운동의 산실이었다. 모리스가 인테리어 회사를 설립해 미술공예운동을 펼치게 된 것은 바로 이 집의 내부를 꾸며야할 필요성때문이었다. 모리스는 이집에서 1860~1865까지 살았다. 


1층 현관에 라파엘 전파(前派)의 화풍으로 채색된 녹색 캐비넷 벤치의 색감이 오묘한 중세의 시심을 자극한다. 모리스 회사에서 만든 의자와 스테인드글라스, 벽지와 가구, 2층 계단실의 고딕식 첨탑 형태의 난간기둥 등. 모든 요소들이 마치 중세 고딕 성당 건축의 축소판처럼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산업혁명에 따른 기계생산품으로 점차 피폐해져 가는 인간 삶을 땀흘리는 수공예적 노동의 가치로 자연 유기체와 고딕 정신으로 회복시키고자 한 모리스의 철학이 집 곳곳에 시대를 초월해 전해진다.


2층 벽난로에 라틴 문구가 새겨져 있다. "Ars Long Vita Brevis". "인생은 짧고 예술은 지속된다"는 말. 그래서 나처럼 전세계에서 이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백장미가 뻗어 올라간 레드 하우스의 벽 그늘에서 카페라떼 한잔 마셨다. 상그러운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마시는 커피 맛이 이제껏 영국에서 마신 커피 중에 최고다. 순간 두 가지 생각이 진한 커피 향과 함께 코끝을 스쳐간다. 런던에서 이토록 청명한 기적같은 날에 레드 하우스에 와있다는 경이감과 내 인생 뒤에 무엇이 남을지에 대한 쓸데없는 의문이...


남쪽에 제법 큰 텃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신혼 초기 행복했을 모리스에게 다가오는 고뇌의 그림자가 스쳐갔다. (모리스의 삶과 디자인 철학에 대해선 졸저 '필로디자인'(그린비 2007) 참조바람.)


런던에 도착해 빅토리아 임뱅크먼트 가든(Victoria Embankment Garden)과 사우스 뱅크(South Bank) 주변을 돌아봤다.


김민수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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