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 얼마만인가.
1995년 수인선 협궤열차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마지막으로 기차타고 다녀오고 그새 강산이 두번 변했다. 막상 다시 가보니 추억의 장소는 신도시 개발의 그늘 밑에 뇌사 상태에서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새로 생긴 전철 교각을 사이에 두고 금을 그어 건너편에 번쩍이는 '에코메트로' 신도시 풍경과 달리 폐광촌처럼 쇠락한 포구의 모습이 안스럽다. 도시디자인을 이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었던가.
소래포구를 살려 스토리텔링이니 뭐니 하며 신도시 개발해 아파트 팔아먹고 거대한 종합어시장을 새로 지었지만 정작 포구의 자취는 먹다 남은 생선 뼈조각처럼 버려진 역설의 장소. 박제가 되어 정취는 고사하고 다만 생존의 아귀다툼만이 남아 있을 뿐. 재래어시장 앞에 생뚱맞은 형태로 소래역사관 지어놓고 과거에 사용한 협궤용 증기기관차를 가져다가 용을 쓰지만 포구를 살리기엔 역부족인 듯...
점심은 줄서서 먹는 에코메트로 상가 음식점에서 고기막국수를 주문했다. 그런대로 맛은 있으나 손님이 너무 많고 가격이 좀 비싼 편.
오는 길에 관곡지 옆 연꽃테마파크에 들렀다. 관곡지는 조선초기 강희맹 선생이 중국에서 '전당홍'이라는 새로운 품종의 연꽃을 들여와 처음 심었던 곳으로 전한다. 이 관곡지의 상징성을 살려 시흥시가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잘한 일이다. 이곳엔 사람들이 많이 와 좋아 한다.
불가에선 연꽃을 귀히 여긴다.
그것은 연꽃이 더러운 곳에서도 더럽혀지지 않는 맑은 본성을 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란다.
세상을 정화한다는 연꽃...많이 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