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 일.
헤이리 카메라타에 아내와 음악 들으러 갔다가 빛바랜 한길사 북하우스에 잠시 들렀다.
오늘따라 북하우스가 을씨년스럽다.
주변이 축제라서 그런지 북하우스 책방에 사람의 발길이 없어 마치 폐가가 된 듯...
예전에 책으로 가득찬 벽면과 경사로에 북적이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요즘 헤이리와 파주출판단지의 건축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왜이리 명이 다한 폐허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살아 있는 생동감 대신에 스러져 가는 우수의 그림자...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서점과 출판사가 망해가고 있다.
너무 흔해 빠진 지식과 정보 탓인지 아니면 장기 불황에 스마트폰 통신비 내기도 힘들어 책을 살 여유가 없는지도.
출입구에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중국의 북디자이너 '뤼징런과 그 제자들'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이 포스터가 북하우스에 썰렁한 역설의 풍경을 더한다.
책 한 권도 제대로 사보지 않는 나라에서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중국 북디자이너와 제자들 띄워주는 전시회나 열고 있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 출판문화를 다시 일으켜 보려는 몸부림이 안쓰럽다.
(뤼징런의 북디자인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필로디자인>(그린비, 2007) 중 "중국 북 디자인의 고전적혁신:뤼징런", 437~453쪽에서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다)
카메라타에 갔더니 웨스턴 일렉트릭 스피커 시스템 위로 전에 못보던 수퍼트위터가 추가로 매달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스피커 구성에 변화가 있었던 듯. 이로 인해 전보다 카메라타 홀 천장 쪽으로 고음이 더욱 선명하게 끌어올려진 느낌이 든다. 미묘한 사운드의 세계는 빠져들면 끝이 없다.
홀 전체를 가슴으로 감싸는 라흐마니노프 '비가'와 진한 한 잔의 커피 덕택에 아련한 가을 오후를 보내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