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 목
서울숲 겔러리아 포레의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춘수 展'.
이전 작업과 비교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화면 내부 마티에르의 질감이 밀도감을 높이면서 캔버스와 전시실 사이에 공간적 관계성이 발생하고 있다. 전시실 조명과 바닥면에 투영된 울트라마린 색면 페인팅의 거울 이미지가 캔버스 너머 공간에 대해 말을 걸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처음 등장한 8백호 짜리(400x280) 대형 캔버스는 인상파 화가의 그것을 방불케 한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듯 울트라마린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어느 지점에서 '추상'은 '구상'과 서로 통한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완숙의 경지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보는 것은 잔잔하게 음미되는 유쾌함이다.
ⓒ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