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4.토.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12차 촛불집회가 열려 박종철 열사를 추모한 소식이...
이날은 그가 사망한지 30주기되는 날. 촛불집회에서 추모식을 열어 그의 원혼을 위로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한데 현 탄핵시국은 박종철 열사가 오히려 한국사회를 위로하고 하늘에서라도 힘을 보태야할 상황이다. 30년이 흘렀건만 시계가 거꾸로 돌아 나라꼴이 이 모양이라 그에게 미안하다.
2년 전에 책 표지때문에 그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한국현대사와 민주주의>(경인문화사, 2015).
이 책은 서울대 교수들이 학내 교양강좌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책 표지 디자인 문제로 고심하게 되었다.
해방에서 87년 6월 항쟁까지 한국 현대사에 찍힌 민주주의의 발자취를 추적, 총 6강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해방과 분단, 그리고 전쟁. 한국 경제성장의 두얼굴을 통해 경제성장의 장막에 가려진 독재의 그림자. 유신과 민주화 운동. 5ㆍ18과 6월 항쟁 등 한국 현대사에서 현재의 민주주의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증언하고 설명한다.
표지 디자인은 책 내용을 압축하기 위해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 세워진 박종철 열사비를 주제로 삼았다. 그의 억울한 죽음이 끝난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임을 증언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세월호 사건 이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 검사 박상옥을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해 청문회까지 열리고 있던 현실을 담으려했다. '탁'하고 책상을 쳤더니 '억'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거짓말로 촉발된 6월항쟁이... 이제 침몰 후 1000일만에 떠오른 세월호 사건과 국정농단, 그리고 관련자들의 거짓 진술에 대한 분노로 되살아나고 있다.
표지에서 민주주의의 해석은 추상적 집단주의적 개념이 아니라 개개인의 실천적 삶의 문제로 내밀하게 내재화되어야한다는 생각에서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팩트를 디자인으로 윤색해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 가급적 디자인하지 않으려 했다. 그것이 모순과 역설의 한국현대사를 치유하고 극복하는 길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치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데서 시작되기에..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공양받아야만 유지되는 국가는 나라가 아니라 밀교다.
(사진출전: 한겨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