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디자인역사문화

그날그날

화산

開土_getto 2017. 2. 27. 18:40

02.27.월

 

지겹던 겨울도 지나는 듯 봄볕이 따사하다.

매년 2월 말이 되면 스멀거리는 옛 기억이 하나 있다. 석사장교 전역하던 날.

 

대부분 전역자들이 그러하듯 군대의 기억은 제어가 쉽지 않다. 복무 기간이 길건 짧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나도 모르게 불쑥 떠오른다. 많은 경험 중에 극한 상황까지 가봤던 흔치 않은 기억이기 때문인지도. 

 

석사장교 제도는 전두환과 노태우 아들을 위해 만들어 졌다는 통설도 있지만 어쨌든 선발되어 훈련받은 곳은 영천 육군3사관학교. 석사장교는 당시 '예비역 사관후보생'으로 총 6개월 기간 중 4개월을 영천에서 훈련받고 2개월 동안 최전방 철책선 부대에서 소대장 실습하고 임관과 동시에 전역하는 과정. 내 경우 한여름 태양이 작열하던 영천벌에 8월에 입교해 훈련받고 10월에 유격, 11월의 천리행군, 그리고 혹한기  영하20도의 철책선 경계부대(GOP)에서 실습소대장으로 근무한 후 영천 복귀, 그곳에서 전역했다.


훈련과정은 짧았지만 나름 빡세게 밀도있게 마쳐야 해서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그 시절 사진 몇 장이 남아 있다. 10월의 만추에 화산 유격장의 절경이 새겨진... 사람이길 잠시 잊고, 함께 뭐같이 구르던 나와 동기들. 다들 어디선가 뭔가하고 있겠지.

 

오늘 뉴스에 궤변 드립으로 특검연장 거부한 총리 관련 소식이 흘러 나왔다. 총리를 비롯해 군미필자들이 국격과 안보 운운하며 나라 걱정을 하고 있다고.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우리처럼 남루한 누더기 입고 개처럼 굴러보지 않은 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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