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9. 토.
북한산 관련 자료를 보다가 예전에 산길에서 마주친 그가 문득 생각났다.
그는 가파른 백운산장 가는 길을 하루에도 몇번씩 그것도 지게에 산더미 같은 물품을 지고 오르내린다. 언젠가 생수는 기본이고 심지어 냉장고까지 지고 올라가는 그의 모습이 방송에 나온 적도 있다. 산장으로 물품을 실어 나르는 일은 그와 헬기 외에 대안이 없다. 누군가는 4차산업혁명으로 이런 일은 AI 로봇이 대신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데 최근에 백운산장이 국가에 귀속될 운명에 있다. 산악인들이 나서서 국내 최초의 산장인 백운산장 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등산객들에게 산장은 쉼터이자 긴급 대피소로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애초 국유지에 지은거라 곧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귀속될 예정이라는 것. 하지만 백운산장의 국가 귀속에는 가업으로 내려온 산장지기 노부부 뿐만 아니라 등짐지기 그의 생계와 운명도 달려있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고행길이지만 이런 분들의 삶도 그냥 그렇게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와주지 못할 망정 그의 고행마저 뺏지는 말아야 한다.
도시디자인의 쟁점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과거 이명박 개발독재시대 이래 도시디자인은 멀쩡히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터를 약탈해 쫓아내고 '뉴타운'으로 획일화해 지자체와 건설사가 뒷돈 챙기는 수법으로 악용되곤 했다. 최근 정부가 '도시재생'을 국가정책의 주요 화두로 천명했다. 그러자 지자체 곳곳에서 최근 불거진 '친환경농장'이라 해놓고 '살충제' 계란 생산하듯 도시재생을 빙자해 똑같은 개발주의 수법의 먹튀성 공공사업으로 악용하는 조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시민사회의 감시와 주의력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그런데 쓰라고 나온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