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0.수.
오후에 관정도서관 양두석홀에서 열린
<서울대 학생운동 70년사> 발간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총장님을 비롯해 학내 교수님들과 만났다.
여러 인사들의 축사에 이어 민교협 의장 자격으로 축사를 했다.
다음은 축사 전문.
<서울대 학생운동 70년사> 축사
반갑습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의장 김민수 인사드립니다.
오늘 6.10 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서울대학생운동 70년사>의 발간을 기념하게되어 더욱 뜻깊게 생각합니다. 개교 70주년에 맞춰 준비한 이 책이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출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책 집필을 맡아 수고하신 세 분의 선생님, 유용태, 정승교, 최갑수 교수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직간접적으로 애써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요즘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돈과 절망 그리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한국은 봉쇄 조치 없이 신속하고 창의적인 검사, 추적 치료,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공적의료체계의 위상과 국가 신뢰도를 드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구의 일부 외신과 학자들은 한국의 순종적 유교문화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심지어 독일의 한 헌법학자는 ‘히스테릭한 파시스트 보건국가’라고 폄하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유교문화나 히스테릭 파시즘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지난 100년간 피땀으로 일궈낸 결과입니다. 멀리 3.1혁명에서부터, 해방 후 4.19혁명에서 87년 6.10 민주항쟁을 거쳐 최근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일제식민통치-독재정권-반민주에 맞서 싸워 이룩한 저항정신의 토대 위에 공공의 선을 우선시한 시민의식의 결실인 것입니다.
또한 해방 후 한국사회에서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는 늘 청년학생들의 열정과 희생이 있었고, 그 중심에 우리 서울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추천사에서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께서 말씀하셨듯이, 서울대학교 학생운동의 역할은 서울대가 지닌 세속적인 위상보다 한국 현대사에서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그들은 전국 대학 학생운동의 사상적 문화적 진원지였던 것입니다.
책 출간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저는 다만 두 가지 아쉬운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여러 복잡한 학내 사정으로 서울대학교 출판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책이 학교 밖에서 발간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학생운동에 대한 시선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학내 현실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러한 배타적 시선이 민주열사와 희생자가 무려 34분이나 되는 서울대학교에서 수많은 건물이 신축되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도 아직까지 변변한 민주기념관 하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말해줍니다.
둘째는 책의 '제6장 갈등과 균형: 21세기'편에 기록된 1998년 이후 학생들의 교육투쟁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책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옹호와 확장을 위해 운동한 모습으로만 다뤘습니다. 그러나 저의 몸에 새겨진 생생한 기억과 실증자료를 놓고 보건대, 학생들은 자신들만이 아니라 대학의 잘못된 역사와 부당한 교권침해에 대해서도 투쟁했습니다. 예컨대 그들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거론한 괘씸죄로 부당해직된 한 교수를 지켜내기 위해, 혹한혹서에 교수와 함께 천막투쟁을 하며 무려 13학기 동안 무학점 강의를 이어나갔습니다. 덕분에 그 교수는 2005년 마침내 재판에서 승소해 원직복직했고, 지금 이 자리에 산증인으로 서있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대한민국 행정법 교과서에 ‘김민수교수재임용 거부취소 소송건’이라는 판례로 남겨져 법조계에서 학습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가 이번 책에 담겨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시 총학생회와 복직대책위 학생들도 자랑스런 서울대 학생운동사에 기록되어야 합니다. 이는 서울대의 역사에서 학생들이 무려 6년반의 세월동안 교수와 하나되어 부조리와 맞서 싸워 이긴 유래 없는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러한 누락된 역사가 보완 기록되어 서울대에서 학생과 교수사회가 함께 해 성공한 운동의 역사로 기억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0. 6. 10.
의장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