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가 '송현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에서 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9/26~11/15까지.
송현녹지광장에는 길이 약 90m, 높이 16m의 거대한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 장관을 이룬다. 이 설치물은 거대한 장방형의 벽이 중간에 꽈배기처럼 비틀려 비와 가을볕을 피할 수 있는 야외 쉘터를 이룬다. 이 거대한 벽은 녹지광장 쪽과 도로 쪽 양편에 이번 비엔날레 슬로건과 도시건축에 대한 각종 선언과 발언이 텍스트와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다.


송현녹지광장에 설치된 비엔날레 주제전 설치물,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 Ⓒ 김민수, 2025
'휴머나이즈 월'에는 총감독 토마스 헤더윅이 내건 선언문, '급진적으로 더 사람다운(Radically More Human)',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 비엔날레의 핵심 주제를 선언하고 있다. 주제는 ‘건물의 외피’. 즉 건물 외관을 통해 “매력의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으로, 달리 말해 “건물의 외관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건축과 우리의 감정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는 것.

송현녹지광장 '휴머나이즈 월, Humanise Wall'의 중간 부분 (Ⓒ 김민수, 2025)
휴머나이즈 월에서 광장 쪽에는 총 24개의 벽 구조물들 <일상의 벽: 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싶나요?>이 설치되어 건물 '외관'의 질감에 대한 다양한 제시가 펼쳐졌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대자동차 그룹이 내놓은 강철로 만든 '수연재'(水然齋). 자동차 제조업체답게 스테인레스 강철 소재로 구축한 강건한 구조물에 마치 고건축의 처마끝에서 흘러내리는 낙숫물과 같은 감성을 자아낸다. 안내문은 전시된 24개의 벽 구조물들은 "시각적 복잡성을 창조하는 여러방법을 보여주며, 건물 외관에 의되된 장식요소가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하는지 다양한 재료, 질감, 무늬 등을 적극사용했다"고 한다. 다양한 벽들을 통해 건물의 외관이 자아내는 감정과 매력이 어떻게 제시되는지 보여준다고.

송현녹지광장에 설치된 다양한 '일상의 벽'


덕수궁 옆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도시전'과 '서울전' 등이 열리고 있었다. 출입구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높은 천장고 아래 도시전이 펼쳐진다. "15개국 21개 도시에서 다채롭고 매력적인 도시환경을 구성한 25개 건축물의 '외관'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서울전'에서는 서울에서 미래를 드러내는 18개의 프로젝트를 파노라마 뷰로 제시하고 있다. 도시전에는 헤르조그 & 뫼롱(스위스), 켄고 구마&어소시에이츠(일본), 브루더(프랑스), 크리스티안 케레즈(스위스) 등 세계적 건축가들의 작업을 포함해 15개국 21개 도시의 건축 프로젝트가 소개되고 있다. 물론 주제는 이들의 작업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의 얼굴'을 드러내는가이다.
아래 사진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도시전'과 '서울전'에서 (Ⓒ 김민수, 2025)









건축에서 '외관'에 대한 이슈는 지난 20세기말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맞물려 도시건축과 디자인의 화두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것은 건축에 대한 진지한 고민 보다는 광풍처럼 휩쓸고 몰락한 '세계 금융자본주의'를 유치 및 배양하기 위한 '삐끼 상품으로서 도시건축'의 외피(skin)에 대한 관심 등과 관계했다. 따라서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가 건물의 '외관'을 독립변수로 설정해 도시건축의 '감성과 매력'을 선보이고자 한 것은 약간은 철지난 논의처럼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왜냐하면 현재 세계 도시에서는 건축과 디자인이 직면한 보다 더 중요한 현실 문제가 있기때문이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급진적으로 더 사람다운(Radically More Human)> '감성과 매력'을 넘어서 더 급진적으로 시급한 것은 심각한 '기후와 에너지 위기'로 인해 변화하는 건조 환경, 공사 프로세스 및 재료 등의 문제이다. 오늘날 건축과 디자인은 기후와 에너지 위기로 과거의 도시 환경에 적용했던 동일 조건의 재료, 구조, 공정 및 유지관리 등이 더 이상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 도달했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상투적 용어를 넘어서 자원과 에너지 고갈, 혹서와 혹한, 가뭄과 홍수등 각종 재난 환경에 견딜 수 있으면서도 감성과 매력을 담은 대안적 건축과 디자인은 무엇인지 근본부터 고민해야 할 판이다.
한 시대를 풍미해 온 건축 공법과 재료로 시각적으로 '볼거리 건물'이 많아져도 지구촌 도시에 은폐된 현실문제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지혜의 도시건축'이 더 그리운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